수익성 확보 문제로 20년 가까이 표류해온 서울 마포구 ‘상암 DMC랜드마크’ 건립 사업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당초 20% 수준으로 제시했던 주거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등 사업 조건을 대폭 바꿔 참가 유인을 높이기로 했다. 업계에선 늘어난 공사비 등의 문제로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으로 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우선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주거시설 비율을 ‘20% 이하’에서 ‘30% 이하’로 상향했다. 숙박시설(20% 이상→12% 이상)과 문화·집회시설(5% 이상→3% 이상) 역시 같은 이유로 물량을 축소했다.
대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타 지정용도 비율을 ‘2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했다. 기타 지정 용도에는 업무, 방송통신시설, 연구소 등이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변경안으로 사업성이 일정 부분 개선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분양성이 좋은 주거시설 물량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매각 대상 필지는 F1(상암동 1645)과 F2(상암동 1246) 등 2곳으로 면적은 총 3만7262㎡이다. 서울시는 건축물 최고 높이 540m 이하의 건축법상 ‘초고층 건축물’(50층, 높이 200m 이상)이거나 건축적 완성도가 높아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건축물이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다. 서부권 경제 활성화와 중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첨단복합비즈니스센터로 개발을 유도한다.
서울시는 과도한 자본금 요건 등 사업자 참여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계약 후 6개월 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총사업비의 10%를 자본금으로 확보하는 요건 등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12월 중 용지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오 시장 재취임 후 추진한 매각 역시 유찰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조건을 적극 개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균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변경안은 부동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해 공공성과 사업성을 조화롭게 반영한다는 원칙에 따라 추진했다”며 “투자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변경안은 최근 소각장 문제로 나빠진 마포구 주민의 여론도 감안한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8월 말 서울시가 상암동에 광역 자원회수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을 최종 고시한 이후 지역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DMC 랜드마크에 2012년 당시 계획됐던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건축비가 두 배 이상 드는 초고층 건물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법상 초고층 건물인 50층 이상만 되면 원칙적으로 입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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