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세후 40만원쯤 늘어 배 터지겠네"…소아과 반응 '싸늘'

입력 2023-10-26 21:11   수정 2023-10-26 21:12


정부가 필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간 약 300억원을 투입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정책가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소아청소년과 의료계는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6일 보건복지부 발표 이후 페이스북에서 "초진만 3500원 더 줘서 한 달에 세후 40만원쯤 수입이 느는 정책 수가를 대책으로 들고나왔다"며 "고맙기 그지없다. 인턴 여러분, 소아과 배 터지니 많이들 지원하라"고 비꼬았다. 정부가 내놓은 보상안은 비현실적이라는 취지의 지적으로 읽힌다.

임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소아 진료 인프라 붕괴는 허송세월로 일관하다가 지난 9월 정책 수가 3500원을 더 줘 놓고 부모, 아이 모두 안심할 소아 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며 "환자 치료하다 감옥 가지 않도록 안전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 어떤 대책조차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소아청소년과 붕괴를 막기 위해 소아 진료 시 기본 진료비에 더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소아진료 정책가산금'(가칭)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투입 재정 규모는 연간 약 300억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세 미만 소아 환자를 처음 진료할 때 정책가산금이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이 가산된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의원 초진 진찰료는 1만7320원으로, 1살 미만은 40%, 1∼6살은 20% 증액되는 수준이다. 정책가산금 신설로 본인부담금도 1세 미만은 400~1400원, 6세 미만은 700~1500원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소아과 대란'을 잠재우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개업 건수는 2018년 122곳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84곳으로 떨어졌다.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71%에서 올해 25.5%로 급락했다.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인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하면서 지원율은 16.6%에 머물렀다. 전문의가 되기 전 이를 포기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중도 포기율은 2017년 6%에서 지난해 23%로 급증했다.

이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수가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의료계는 이같은 대책들은 필수 의료 공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의료진에 대한 무리한 소송,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적용되는 불합리하거나 낮은 보험 수가, 필수 의료 분야 의료진에 대한 시혜적 보상체계, 의료 사고 시 과도한 법적 책임 등이 그동안 의료계에서 해결을 촉구한 고질적인 문제들로 꼽힌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필수 의료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와 헌신에 대한 합당한 대우는 필수 의료라는 항아리의 깨진 빈틈을 메우는 사회 안전망"이라면서 "객관적·과학적이지 못한 근거가 바탕이 된 잘못된 정책은 국가재정의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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