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이 올해 상반기 재외동포청으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전체 동포 관련 사업 중 68%를 손도 못댄 것으로 나타났다. 동포청 승격을 이유로 매년 진행하는 재외동포사업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사업 이관 직후인 지난 8월 기준 재외동포청 전체 32개 사업 중 22개(68%)의 올해 예산 집행률은 0%다. 전체 사업의 3분 2 이상을 상반기에 아예 집행하지 못한 것이다. 집행율이 10% 미만인 사업도 3건에 달했고, 집행율이 50% 이상인 사업은 '재외동포 공공외교활동지원 사업'과 '재외동포사회와의 파트너십 사업' 2건에 불과했다.
대표적으로 '재외동포 초청 장학사업'의 경우 시행 26년 만에 처음으로 장학생을 선발하지 못했다. 이에 재외동포청은 내년 선발 인원을 증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위해 충원된 예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지난 6월 문을 연 재외동포청은 개청 당시에도 총 정원의 약 60%만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지자체들과 외교부가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놓고 갈등을 빚은 탓에 소재지가 개청 한 달 전에 발표됐고, 이에 따라 채용 일정도 미뤄졌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청은 올 하반기에 사업을 모두 집행하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상반기에 재외동포청 승격을 이유로 사업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데다 동포청 역시 '반쪽 짜리'로 출범한 탓에 올해 동포 지원 사업은 사실상 부실 운영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상희 의원은 "재외동포재단의 청 승격은 해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동포들에게는 큰 희망이었으나 오히려 승격 후 재단때보다도 지원을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며 "상반기에 집행 못하던 사업들을 하반기에 전부 집행하겠다는 것은 주먹구구식으로, 부실하게 운영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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