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비축 물량을 풀었음에도 배추 가격이 평년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고품질의 물량이 제한적이어서다.
27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도매시장에서 국산 배추는 ㎏당 649원에 거래됐다. 전주 대비 11.9% 떨어졌지만 평년(2013~2022년) 10월 평균 가격(554원)에 비하면 여전히 17.1% 비싸다.
배추 가격이 비싼 이유는 품질 좋은 물량의 공급이 제한적이어서다. 정부가 이달 초부터 2900t 물량의 배추를 풀고 있지만,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고품질의 배추가 적었던 만큼 상품성 높은 물량은 시장에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바이어는 "정부가 방출한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품질이 좋지 않아) 김치제조사로 납품됐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마트 매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다음 달부터는 전남 해남·진도에서 배추가 본격 출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부 지방 배추의 품질과 공급 물량이 올겨울 배추 가격 추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는 배추를 비롯한 각종 김장 부재료 가격 인상으로 물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일찍이 절임배추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지난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절임배추 사전예약을 받는다. 올해 사전예약으로 판매하는 절임배추는 6만박스다. 한 박스당 배추 8~12포기가 들어가 있다.
이마트는 절임배추 판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전국 배추 산지를 돌며 우수 농가에 재배 면적 확대를 요청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산지 사전계약과 대량매입을 통해 단가를 낮췄다"며 "이마트 절임배추는 일반 배추 가격 대비 50%이상 저렴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도 다음 달 8일까지 절임배추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롯데마트와 슈퍼가 공동으로 계약을 진행해 물량을 전년 대비 20% 늘렸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이달 5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절임 배추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4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온이 떨어지며 일부 작물 가격은 전주 대비 급상승했다. 국산 부추 도매 가격은 ㎏당 5700원으로 전주 대비 56.5% 비싸졌다. 주산지인 경기 양평의 날씨가 추워지며 생육이 부진해진 탓이다. 현재 경남 김해 지역에서만 출하되고 있어 공급량이 급감했다.
대파 역시 전남 신안 지역에서 출하가 지연되고 있어 가격이 비싸졌다. 전날 국산 대파 도매 가격은 ㎏당 2765원으로 전주 대비 11.1% 올랐다. 대파 가격은 출하가 재개되는 다음 달 중순께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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