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미만의 동전주를 탈출하기 위해 액면병합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락장이 이어지자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목적에서다. 다만 액면병합으로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액면병합을 한 기업은 16곳으로 5년 새 2배가량 늘었다. 16개사 중 15개가 코스닥 상장사였다. 올해도 19개 기업(상장폐지 기업 제외)이 액면병합을 결정했다. 증시가 침체하며 주가 하락세가 심화하자 기업들이 액면병합 카드를 꺼낸 것이다. 올해 액면병합을 결정한 기업 대부분 주가가 급락했거나, 1000원 미만인 동전주였다.
액면병합은 여러 개의 주식을 한 개로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그 비율만큼 주식 수는 줄어든다. 액면가를 줄여 주식 수를 늘리는 액면분할과는 정반대다. 액면가 500원인 주식 2주를 합쳐 1000원으로 만들었다면 유통주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주식의 주가가 현재 1000원이라면 병합 후 주가는 2000원으로 2배가 된다. 대신 자신이 보유한 주식 수는 절반으로 감소한다.
액면병합은 자본금에 변동이 없으며 주주들의 지분 가치에도 변화가 없다. 다시 말해 액면병합이 실시되더라도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다만 주가가 저렴해질수록 '싼 주식'이란 이미지가 강해지기에 기업은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다.
코스닥 상장사 코스텍시스도 최근 액면병합을 결정했다. 액면병합이 완료되면 현재 1주당 100원인 액면가는 500원으로 바뀐다. 총 발행주식 수는 3760만3850주에서 752만770주로 감소한다. 회사 관계자는 "적정 유통주식수를 유지해 적정 주가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올해 4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코스텍시스의 주가는 우하향하고 있다. 한때 4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000원대로 주저앉았다. 동전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액면병합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액면병합의 이미지 제고 효과에만 집중해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액면병합으로 주가를 높여도 근본적인 경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주가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코스텍시스는 액면병합 공시 후 2거래일간 12.5% 떨어졌다. 지난해 액면병합을 실시한 16곳 가운데 올해 들어 주가가 오른 곳은 세토피아, 모트렉스 등 2곳뿐이었다. 반면 지난해 초 액면병합을 실시한 제넨바이오는 올해 들어 주가가 80%가량 폭락했다. 연초 227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300원대로 추락했고, 제넨바이오는 액면병합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동전주가 됐다.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넨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제넨바이오에 대해 "회사의 재무 현황과 경영 성과를 고려할 때, 회사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및 재무개선 계획 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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