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구글과 메타가 국내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올해부터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는 매년 9월 말까지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수립해 과기정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경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과기정통부에 해당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메타 관계자는 “당사 데이터센터는 모두 다른 나라에 있고 한국 이용자 서비스만을 위한 전용 데이터센터는 없다”며 “협조 차원에서 재난관리계획을 제출하지만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관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가 세부 사항을 지적하거나 보완을 요구해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메타의 법 해석이 틀렸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소재지와 관계없이 국내 이용자 수 및 트래픽 양 비중으로 주요 방송통신사업자를 선정한다”며 “국내에서 방송통신사업을 하는 메타 역시 방송통신발전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메타의 재난관리 이행 여부를 지도·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시정을 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글은 재난관리계획서를 영문으로만 제출해, 다시 내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글로벌 사업자가 한국 정부에 공식 문서를 제출하면서 영문 원본만 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어느 국가 기업이든 정부 제출용 공식 문서는 한글로 작성한 것을 내는 게 원칙이다.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한국어로 계획서를 제출했다. 정 의원은 “구글, 메타 등 다국적 기업은 한국 법률을 준수하며 사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정부와 빅테크의 갈등을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업자에만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규제가 적용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빅테크와 경쟁해야 한다는 불만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구글 등에 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구글 등 일부 빅테크는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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