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개인 클라이언트들이 대형 로펌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준 높은 법률 서비스를 받거나, 난해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화의 참여자인 동시에 관찰자 입장에서 다양한 회의를 거치며, 대화의 기술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요소를 알게 됐다.
첫째, 대화를 이끄는 능력이다. 법무법인 전문가와 고객의 첫 만남은 서로 모르는 관계이니 어색한 분위기일 것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위축되고 무거운 마음으로, 때론 흥분 상태로 법무법인을 방문한다. 이러한 고객이 최대한 편안한 상태에서 마음을 열고 말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끄는 기술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식의 위협적인 발언은 삼가야 한다. 의뢰인의 비밀을 철저히 유지하며, 최선을 다해 고객을 도울 것이라는 믿음이 들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신뢰감을 줘야 한다.
둘째,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는 차분한 대화 기술이다. 박식한 고객도 버겁지만, 너무 무지한 고객을 만났을 때 로펌 전문가들도 응대하기가 쉽지 않다. 대화가 산만해지다 못해 옆길로 샐 수 있다. 클라이언트의 엉뚱한 발언을 탁 끊어버리기보다는, 심문하듯 몰아세우기보다는, 중간중간 가벼운 질문으로 안건에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간결한 질문, 군더더기 없이 말하는 능력이다. 빠른 시간 내에 이슈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자문을 제공하려면, 전문가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을 간파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다고 고객을 당황하게 만들거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질문이 돼선 안 될 것이다. 고객의 수준에 맞게 질문은 쉽고 간결해야 한다. 대형 로펌의 자문 서비스는 대체로 여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전문가가 대화를 독점해 너무 오래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자문 방법이 아닐 듯싶다. 또 ‘솔직히 말해’ ‘간단히 표현하면’ 같은 군더더기 표현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고객들에게 이런 표현은 오히려 담백하지 않은 말로, 장황하고 답답한 대화로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아직 경쟁력 있는 대화 기술을 충분히 체화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고객과의 소통 방식을 연마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