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 베트남인이 올초 1000명이었는데 400명으로 줄었습니다.”
지난달 말 전남 나주 일대 배 농가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지역 특산물인 배 수확이 한창이지만 일꾼을 구할 수 없어서다. 나주 산포면사무소 인근 K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4월 나주시의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일당을 11만원으로 제한하자는 캠페인을 한 뒤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며 “탁상행정식 임금 통제로 농가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금은 시의회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4월 11만원으로 잠깐 낮아진 일당은 9월 말부터 15만원 전후까지 치솟았다. 인근 나주 산포면 매성리도 마찬가지였다. 평소라면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붐비던 C편의점 앞은 한산했다. 가끔씩 보이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도 놀란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여러 차례 질문을 받고서야 “불법 체류자가 아니다”라고 한마디 하는 게 전부였다. 한 달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서 매성리 거주 외국인 20명을 본국으로 송환해 경계심이 높아졌다고 편의점 직원은 설명했다. 나주 영산동 일대 태국인 밀집 지역도 외국인 대다수가 산업단지가 있는 인근 영암 등지로 빠져나가 썰렁한 모습이었다.
인건비 하락은커녕 웃돈을 주고 외국인 노동자를 모셔와야 하는 농가는 분통을 터뜨렸다. 인력 부족으로 수확을 제때 못하는 농가가 수두룩했다. 이 실장은 “인력사무소에 일용직 8명을 요구하면 5명도 안 오는 경우가 많다”며 “15만원 이상을 약속해야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추 농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인력의 100%를 불법 체류 외국인으로 고용하는 한 고추농가 관계자는 “고추 농사는 숙련 기간이 필요한데 작년에 가르쳐 놓은 외국인이 다 떠났다”며 “인력 부족으로 수확 시기를 놓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이 어설프게 가격 통제에 나섰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나주는 조선소가 있는 전남 영암 등이 인접해 있어 인력 이동이 쉬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인근 개미인력 관계자는 “SNS를 통한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돈을 더 주는 일자리를 내국인보다 더 잘 안다”며 “추가 일당 1만~2만원에 강원 정선으로 떠난 외국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불법 체류 신고’라는 강제 수단으로 억제할 경우 외국인 이탈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주시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임금통제 정책은 일자리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나주=김우섭/장강호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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