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장·단기체류 외국인’은 총 2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 5137만 명의 4.8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재외동포·장기근로·선원·영주 등의 비자를 보유한 장기체류자 195만7000명과 90일 미만 단기체류자 55만7000명을 더한 규모다.
국내 체류 외국인 비중은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3.7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37%로 회복했다. 올 들어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급증하면서 5%를 눈앞에 두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유학생, 근로자 증가세를 볼 때 내년에 공식 외국인 비중이 처음으로 인구의 5%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5%’는 인구·통계학계와 국제기구 등에서 통용되는 다인종·다문화 국가의 기준이다. 유럽과 북미 외 지역에서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나오는 것은 한국이 사실상 처음이다. 1989년 기능실습제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의 외국인 비중은 아직 2.38%(1억2541만 명 중 299만 명)에 그치고 있다.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유입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진입하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옥녀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인 5%’란 정주민이 학교와 일터, 길거리 등 언제 어디서든 외국인 혹은 외국 문화 배경의 사람과 만나게 된다는 의미이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학교·일터서도 낯설지 않아요"
단순 거주 외국인보다 넓은 의미인 이주 배경인구 비중으로 따져봐도 5%를 넘어섰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 동포 비자로 입국하는 근로자와 2세가 거주할 수 있고, 결혼이민가정 자녀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이주 배경인구란 태생을 기준으로 현재 내국인인 귀화자, 정주민과의 혼혈을 포함한 이민자 2세, 외국인을 합친 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이주 배경인구 비율은 4.3%였다. OECD 국가 중에선 룩셈부르크(73.6%), 이스라엘(58.1%), 스위스(54.1%), 호주(52.6%), 뉴질랜드(49.2%)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모두 이민을 정책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다. 미국은 26.2%, 유럽연합(EU) 평균은 21.4%다. 이주 배경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나라로는 멕시코(2.0%), 일본(2.5%), 터키(3.0%), 불가리아(3.8%) 등이 꼽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일각에선 과거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수용한 국가가 겪은 사회·문화적 갈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간다는 불만과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 종교마찰 등의 사회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현숙 한국다문화건강가정지원협회 대표는 “이주민이 5%를 넘어서면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훈/최해련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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