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핼러윈에도 이태원 조용했지만…홍대 클럽 앞 '북적'

입력 2023-10-28 07:30   수정 2023-10-28 08:23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없었다. 거리에서 핼러윈 장식이나 소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전히 참사 충격이 가시지 않은 영향이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이태원 일대는 평소 금요일 저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후만 해도 텅 비어있던 세계음식특화거리의 음식점과 술집에는 점점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점마다 스피커에서 큰 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통행이 어려울 만큼 대규모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은 거리에 설치된 안전 펜스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질서를 지키며 일방통행을 유지했다. 사고가 났던 해밀톤호텔 골목도 크게 붐비지 않았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태원을 찾은 여러 시민은 참사 1주기를 기억하기 위해서 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참사 경위 등을 설명한 표지판을 읽으며 눈물을 보였다. 숙연한 표정으로 포스트잇 판에 추모 글귀를 적기도 했다. 일부 상점은 '깊은 마음으로 애도합니다. 27일∼31일 휴무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여놓은 채 문을 열지 않았다.

음식점과 술집이 많은 강남역 일대도 밤이 깊어져 가며 북적이기 시작했지만 핼러윈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평소처럼 금요일 저녁 개인적인 약속을 즐기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술집이 즐비한 거리에 서초구가 설치한 보행 안내 전광판에는 오후 9시 기준 '보행원활'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하지만 홍대 거리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시간이 늦어질수록 인파가 늘어나며 거리가 붐비기 시작했다. '불금'을 즐기려는 친구,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지만 핼러윈 축제에 참여할 목적으로 온 이들도 여럿 있었다. 홍대입구역 출구 뒤편에서는 한 노점상이 핼러윈용 장식용품을 판매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후 9시께 클럽거리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10여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곳곳에서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시민도 눈에 띄었다. 색깔은 다르지만 경찰복과 유사한 복장을 한 남성 3명은 홍대 거리에 들어서려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경찰 복장(코스튬)을 착용하는 행위는 사고 발생 시 실제 경찰과 오인할 가능성이 있어서 불법이다. 한 10대 남성은 코스프레 목적으로 소품용 검을 챙겨 들고 거리를 걷다가 역시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에는 길 한가운데 일방통행을 유도할 목적으로 200m가량 질서유지 펜스가 쳐졌다. 화살표와 함께 '입구전용', '출구전용'이라고 쓴 입간판도 세워졌다. 강남역 일대에는 혼잡도를 안내하는 전광판이 100∼200m마다 설치됐는데,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오니 주의 바랍니다'란 문구가 나왔다. 대형 건물 앞에는 구급차와 소방펌프차도 배치됐다. 골목 곳곳에는 2∼3명의 경광봉을 든 구청 직원과 제복 차림의 경찰관이 분주히 순찰하며 인파 밀집 상황을 파악하고 동선을 관리했다.

마포구청장과 마포경찰서장, 마포소방서장 등으로 구성된 합동 순찰대는 오후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홍대 거리를 점검했다. 순찰대는 보행로에 장애물이 없는지 살피면서 아무렇게나 놓인 공유킥보드와 도로를 점유한 좌판을 정리했다. 또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노상 테이블을 철수시키고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도 단속했다.

서울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홍대 거리에는 약 8만명이 운집했다. 오후 10시 기준으로 이태원 관광특구에는 약 1만2000명, 강남역에는 약 6만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구청과 경찰에 따르면 세 곳 모두 평소 금요일 저녁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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