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10월 30일~11월 3일) 국내 증시는 중동 전쟁 불확실성, 고금리 장기화 우려 속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는 데다, 이차전지 성장성 둔화 우려도 하락세를 지지할 것으로 봤다. 다만 최근의 급락에 따른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단 의견이 나온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지수는 2250~2370포인트(NH투자증권 기준)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전주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코스피지수는 2302.81로 마감해 간신히 23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는 748.49를 기록했다.
전주(10월 23~27일) 코스피지수는 약 10개월 만에 2300선이 무너졌다. 시가총액 상위 업종인 이차전지가 업황 둔화 우려로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면서 지수가 많이 짓눌렸다. 5%대를 넘긴 미 국채금리(10년물) 압박 속 외국인의 매도세도 지속됐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지만, 낙폭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4.68%, 코스닥지수는 4.53% 각각 하락했다.
이번주 증시도 큰 기대를 갖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고금리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 가운데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이후 증권사들의 증거금률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한국 증시 내 거래대금 및 신용융자잔고 금액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점은 그동안 증시를 뒷받침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 연구원은 또 "여기에 전주 발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서 양사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낸드 메모리의 업황 부진으로 전체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보다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며 "V자 반등 대신 U자 형태의 회복 가능성이 높은 점은 한국 증시의 하락장 전망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6일 발표된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가 견조한 민간 소비에 힘입어 예상치를 상회한 점도 긴축 장기화 우려를 부각시키며 증시의 하방 압력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쉽지 않은 증시가 예상되지만, 오히려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낮아져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가 할인율 부담을 넘어 경기둔화 우려까지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주식 시장이 긍정적 신호를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재무부 7년 만기 국채 입찰률은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미국 장기채 금리가 5%에 근접한 레벨에서 채권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이 악재를 과도하게 반영하는 국면에서 주식 시장의 저평가 메리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300포인트는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87배로 2010년 이후 하위 5%"라며 "가격 메리트가 있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주는 기업 실적 발표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경제 지표 등 주목할 만한 발표가 다수 예정됐다. LG화학, 삼성엔지니어링, 한화시스템, SK이노베이션, 네이버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주요 이벤트로는 유로존 3분기 GDP(속보치), 한국 10월 수출입 동향, 미국 10월 고용보고서 등이 공개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제 지표와 더불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회의도 앞두고 있다"며 "혼재된 경제지표 흐름 속에서 미국의 통화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초점은 통화정책에서 성장과 재정 관련 이슈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중동 불안과 물가 지표, 기업 실적 등을 반영하며 혼조세를 기록했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12%, 0.48% 각각 하락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0.38% 상승했다. 아마존 호실적이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견인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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