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앤스로픽에 최대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투자 결정이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경쟁자로 꼽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오픈AI의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해 앤스로픽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아마존도 뭉칫돈을 들고 앤스로픽에 투자하는 등 생성형 AI 기술을 둘러싼 빅테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구글이 최근 앤스로픽에 5억 달러를 우선 투자했으며, 이후 추가로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구글의 이번 투자는 세 번째다.. 올해 2월 앤스로픽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때 앤스로픽의 지분 10%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5월 세일즈포스, 스파크 캐피털 등과 함께 4억5000만달러 규모 투자에도 참여했다. WSJ에 따르면 앞서 두 번에 걸쳐 구글이 앤스로픽에 투자한 금액은 5억5000만달러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창립자 그룹의 일원이었던 대니엘라 애머데이, 다리오 애머데이 남매가 2021년 설립했다. 현재 챗GPT의 대항마인 챗봇 ‘클로드2’를 지난 7월 공개했다. AI가 도덕적 가치를 고수하도록 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생성형 AI와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클로드2의 또 다른 특징은 방대한 데이터를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력창의 용량을 기존 9000토큰에서 10만토큰으로 확대했다. 토큰은 텍스트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 10만토큰을 단어로 바꾸면 7만5000단어다. 오픈AI의 GPT-4 기반 챗GPT 입력할 수 있는 단어가 2만5000단어로 이보다 3배 많은 용량이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 한 권을 통째로 입력할 수 있다.
구글은 차세대 대형언어모델(LLM) ‘제미니’를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앤스로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MS-오픈AI 연합에 대한 대응체제 구축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오픈AI가 최근 멀티모달 기능을 강화한 ‘GPT-4V’를 내놓는 등 차세대 LLM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 입장에서 이에 대응할 지원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이번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앤스로픽 외에도 동영상 제작 툴을 만드는 ‘런어웨이’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허깅 페이스’에도 투자했다.
앤스로픽은 2026년까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AI 모델보다 더 강력한 성능의 ‘클로드-넥스트’라는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LLM의 치명적인 단점인 환각 현상을 없애는 ‘무결성 LLM’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이를 위해 5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입수한 내부 문건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구글에 앞서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앤스로픽에 최대 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초 앤스로픽의 기업 가치(40억 달러)와 맞먹는 금액이다. 아마존과 구글의 대규모 투자로 앤스로픽의 몸값은 더 치솟을 전망된다.
앤스로픽에 대한 빅테크의 ‘구애 행보’를 오픈AI도 견제하는 분위기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향후 출시할 GPT-5에선 환각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사업화 가능성 점검을 마친 빅테크들이 서비스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경쟁력 높은 생성형 AI 기술 개발을 위한 업체 간의 경쟁과 합종연횡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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