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비만 기준의 문제다.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BMI)를 주로 사용하는데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한국인 비만 기준은 비만학회에서 제시한 BMI 25㎏/㎡ 이상이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BMI 30㎏/㎡ 이상 기준을 사용한다.
과체중이나 비만에 의한 질병 예방은 필요하다. BMI 25~30㎏/㎡인 사람은 당뇨병이나 심장병 위험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반영해 과체중으로 판정하는 것이다. 즉 과체중은 “체중에 의한 질병 위험을 조심하세요”라는 권고가 필요한 체중인 것이다. BMI 30㎏/㎡ 이상인 경우에는 사망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체중 감량까지 고려한 관리가 필요합니다”란 권고를 해야 한다.
BMI 25~30㎏/㎡인 사람을 과체중이 아니고 비만이라고 평가하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너무나 많은 성인 인구인 1400만 명이 비만으로 진단된다. 질병관리청 보고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체중조절 시도율이 65.4%라고 한다. 체중 감량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 굶거나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음식량을 줄여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원상복구를 반복하는 이른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요요현상이 반복되면 체중 감량 시 손실된 근육을 체중 증가 시 회복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체중이 똑같더라도 체지방률이 높아져 더 건강이 나빠지는 문제가 있다.
또 BMI 25~27.5㎏/㎡ 정도인 경우 우울증이 적고, 사망률이 가장 낮은 장점이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 정도 체중인 사람들이 더 오래 산다. 이런 장점에도 스스로 비만이라고 자책하고 불필요한 비만 치료를 받는 수고와 비용을 들인다. 즉 비만 과잉 진단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며, 잘못된 정책의 근간이 될 수 있기에 비만 기준을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 또한 한국은 정상 체중 기준에도 문제가 있는데 WHO 기준이나, 가까운 일본도 정상으로 판정하는 BMI 23~24.9㎏/㎡를 비만 전 단계로 판정하고 있다. 너무 낮은 정상 기준은 과도하게 마른 체중이 정상이고, 건강상 적절한 체중임에도 뚱뚱하다는 체형 인식의 왜곡을 유발한다. 마른 체형을 선호하다가는 저체중군의 사망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체중에 대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체중 관련 기준과 용어의 정비가 시급하다.
조정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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