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은 전력 소비자 인근에서 전력을 공급하는데, 자연환경에 따른 발전량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ICT),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융·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중소·벤처·스타트업을 한국에서는 ‘에너지 혁신벤처’로 부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에너지 신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80여 개에 이른다. 전력거래 플랫폼인 영국의 옥토퍼스에너지는 설립 8년 만에 매출 7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태양광 서비스 기업인 독일의 엔팔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2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은 아직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유니콘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에너지혁신벤처 육성 전략을 마련했다. 6000억원 이상의 투자펀드 신설, 연간 5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연계 기술창업 지원 등을 통해 에너지 혁신벤처를 현재 2500개에서 2030년까지 5000개로, 예비 유니콘 기업을 10개 이상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계획에도 에너지 혁신벤처의 성장은 지지부진하다. 에너지 혁신벤처 중 효율 개선, 수요관리, 신재생 관련 기업이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전기요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21년 7월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제도가 시행돼 원가를 반영한 가격 체계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물가안정과 국민부담 등을 이유로 유명무실해졌다.
현재처럼 전기요금이 낮은 상황에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이나 수요 관리의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신산업의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에너지 혁신벤처는 매출 증대와 사업 확장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에너지기업 맏형인 한국전력도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다.
에너지 혁신벤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산업 토대와 글로벌시장 진출이 필수다. 그러나 한전의 경영위기로 신산업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위축돼 규제 개선과 정책 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사업도 하나씩 매각하고 있어 신산업 분야의 글로벌 동반 진출이 힘든 상황이다.
대다수의 에너지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 재정적·기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는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인프라와 기술력을 보유한 한전의 주도적인 역할이 절실하다. 하루빨리 전기요금이 정상화돼 에너지신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기업주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상생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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