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상 목적은 올해 목표성장률 5%를 달성하기 위한 긴급대책 성격이 짙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와 경기 침체,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와 위안화 국제화 부진,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 열세 등으로 위기에 처한 시 주석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과연 국채 발행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공식적인 국가신용 평가 대상이 아닌 만큼 중국 국채는 국제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다. 내부적으로 개인은 국채에 투자할 만큼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지 않은 데다 기관(프라이머리 딜러)은 국채 투자 손실로 ‘황금수갑 효과’에 걸려 추가 매입 여력이 작다.
이번 조치가 경기를 살리기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의외로 많다. 국가채무가 이미 위험선을 넘은 여건에서 추가 발행분이 소화되지 못하면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이 상황에 봉착하면 늘어난 공공지출을 민간지출이 상쇄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 주 대상인 SOC는 세계화보다 탈세계화, 아웃소싱보다 인소싱을 선호하는 자급자족(autarky) 체제에서는 산업연관표상 투입-산출(I-O) 계수가 높지 않다. 질적 면에서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디지털 SOC를 중시하는 시대에는 전후방 연관 계수가 크게 떨어져 경기부양 효과가 종전만 못 하다.
국채 발행 계획이 발표되자 곧바로 ‘부채의 화폐화(BM·bond monetization)’ 방안이 급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BM이란 시진핑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중국 인민은행(PBOC)이 직접 사주는 방안을 말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2차대전 등과 같은 비상 국면에서 추진하는 극히 이례적인 조치다.
중국 정부는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BM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비작업을 마련해 놓았다. 이달 초 PBOC를 비롯한 모든 금융기관과 금융권 인사를 장악했다. 시 주석도 이번 조치가 발표되기 직전에 PBOC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더라도 전례가 없는 행보다. 어느 국가든 BM을 단행하면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잃고 ‘정부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해당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적격 대상국에서 제외된다. 예측기관들은 BM을 통해 재정지출이 늘어나더라도 외국인 자금의 대탈출(GCE·great China exodus)에 따른 배출 효과로 중국 경기가 부양되기보다 깊은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등 BM을 추진한 국가들도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극심한 경기 침체로 해당국 국민들의 경제고통지수가 크게 올라갔다. BM 추진국의 부작용이 중국에서 나타나면 시 주석이 가장 경계하는 제3의 톈안먼 사태로 직결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중국 경제는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 증후군이 두터워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임금·금리·세율·땅값·행정규제 분야에서의 5고(高)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국인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잠재 성장 기반도 취약하다. 노동 항목은 루이스 전환점 통과와 인구 절벽, 자본 항목은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 그리고 총요소생산성 항목은 제도 미비와 부정부패 등으로 취약하다. 중장기 성장률 예측에 뛰어난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5년 이내에 중국 경제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려면 경제 운용 체계부터 바뀌어야 한다. 1년 전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다시 선택한 폐쇄경제와 계획경제를 고도성장기의 양대 축인 개방경제와 시장경제로 되돌려 놓는 것이 급선무다. 전권을 쥐고 있는 시 주석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더라도 캠플 주사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20차례가 넘는 경기부양 조치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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