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공개한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에서 “R&D 예산이 상당 부분 면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감액 편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 정상 추진 중임에도 일괄 감액된 사업에 관한 투자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예산정책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 예산 감액 과정에서 과학기술기본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2조의 2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주요 국가 R&D 사업 예산을 배분·조정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6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보다 약 2개월 늦은 8월 22일 내년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해 결국 관련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한 건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산안 전면 재검토’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6월 2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틀 뒤인 28일 심의회의를 열어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국가재정전략회의 결과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
예산정책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배분·조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정해진 기한을 넘겨 제출된 안건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또 기재부가 41개 R&D 사업을 명확한 근거 없이 비(非)R&D 사업으로 분류한 것으로 추정했다. 총 1조8811억원 규모로, 이 중 교육부 사업이 약 99%(1조8628억원)를 차지했다. ‘대학혁신지원’(5023억원), ‘4단계 두뇌한국21 사업’(2623억원), ‘산학연협력고도화지원’(2219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정책처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정부의 ‘연구개발사업 분류 및 통계처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분류”라고 지적했다.
내년도 예산을 편성받지 못해 당초 계획과 달리 조기 종료되는 R&D 사업이 13개에 달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중소기업이 바우처를 활용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시설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장비활용바우처지원’ 사업은 불과 1년 만에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예산정책처는 “사업을 조기 종료하면 사업 성과는 가져오지 못한 채 이미 투입된 투자 비용이 매몰비용으로 전락해 재정 낭비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R&D 사업 1486개 중 연구장비산업육성, 초전도체시험설비구축 등 27개는 예산이 90% 이상 줄어 사실상 폐지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투자 성과가 매몰되거나 목표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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