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3대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확고한 방향성에 각계각층의 기대가 컸다.
3대 개혁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6개월여가 지났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소야대’라는 태생적 한계뿐 아니라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론 눈치 보기로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재정비전 2050은 기약 없이 보류된 상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내년 총선 이후에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서 “정부가 재정비전 2050을 올 상반기 공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숫자를 공개해야 하는 현안은 대부분 발표를 미루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고용노동부가 다음달 발표를 앞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향도 근로시간 상한선 등 핵심 수치가 빠진 채 원론적인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수준에 육박해 근로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정상화하는 작업도 7월 열린 당정 공청회에서 ‘시럽급여’ ‘샤넬 선글라스’ 등 발언으로 실업급여 수급자 비하 논란을 빚으며 답보 상태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직무급제 도입은 공기업에서조차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도 대형 학원과 일타강사 대상 세무조사를 앞세운 ‘사교육 때려잡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작년 7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가 논란 끝에 접으면서 개혁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임으로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주호 부총리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등록금 정상화 등 대학 개혁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기구들은 속도감 있는 구조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기준 시간당 49.4달러로 37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지난달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은 연금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광범위한 혁신 장려 등을 구조개혁의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관가 안팎에서도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성장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구조개혁을 하면 (성장률이) 2%로 올라가는 것이고 그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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