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4선)와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5선)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험지에 출마하면 내 선거에 집중하느라 총선을 지휘할 수 없다”는 논리로 기존 지역구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김 대표의 희생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내년 4월 총선이 사실상 김 대표 지휘로 치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인 위원장의 주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얼마나 실려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특히 인 위원장이 ‘영남 스타 의원’의 사례로 김 대표와 주 의원을 직접 꼽은 점이 주목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혁신위원장이 임명되자마자 대놓고 당 대표에게 험지에 가라고 말했다는 건 용산(대통령실)과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해석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수도권 민심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영남권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영남 지역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졌는데 왜 당 중진들이 희생돼야 하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당과 대통령실의 수직적 관계 개선 같은 진짜 혁신에 대해선 말을 못하고 만만한 영남 중진만 때리기로 한 것”이라며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중간 평가인만큼 영남권 중진 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실 참모들과 장차관들이 책임을 지고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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