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사진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채무자들을 공갈·협박한 불법 사금융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연 3000%가 넘는 초고금리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불법 대부업체 사장 A씨 등 11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나체 사진을 받은 뒤 기간 안에 갚지 못할 경우 가족 또는 지인에게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소액대출 홍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연 3000% 이상 이자를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 조건은 주민등록등본, 지인 연락처, 나체 사진 등이었다. 이들은 제때 변제하지 못한 채무자들을 협박해 약 2억30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대부업법 위반·채권추심법 위반 등)를 받는다.
이들은 일주일 뒤 5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30만원을 빌려주는 등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훌쩍 넘는 이자를 요구했다.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이자율을 계속 높여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피해자가 갚아야 할 변제액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피해자들은 지독한 협박과 공포에 시달리면서 정상적 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로 내몰렸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총 83명이다. 이 중에는 남성도 있었으며 대부분은 20∼30대 청년이었다.
A씨 일당은 추심 과정에서 나체사진을 유포한 것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인 어머니, 여동생 등의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하여 피해자 지인들에게 유포하고 조롱과 협박을 일삼은 사실도 파악됐다.
경찰은 사장인 A씨가 피해자 자료를 관리하고 대부업체 총괄을 맡았으며 나머지 직원은 채권 추심·협박, 자금 세탁, 자금 수거책 등 보이스피싱 조직과 유사한 형태로 조직적으로 임무 분담해 범행한 것을 확인하고 범죄집단조직·활동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 일당은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모든 대출 과정을 비대면으로 운영했을 뿐 아니라 대포폰·대포통장을 이용했다. 또 가명을 쓰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사무실 위치도 3개월마다 옮겼다.
경찰은 나체사진 유포를 막기 위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피해자들에게 신변 보호, 상담소 연계, 피해 영상 삭제 등 보호조치도 지원했다.
기도균 동대문경찰서 수사2과장은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고금리 소액대출은 대포폰·대포계좌를 이용해 범행하며 악질적 방법으로 채권추심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인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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