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브랜드 바이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업체에 요구하는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패션업종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계가 최근 몇 년 새 바이어의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된 배경입니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한세실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했던 2020년부터 3년간 베트남에 300억원(약 24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반등 탄력을 극대화하려는 취지였다. 김익환 부회장의 말처럼 친환경 설비, 자동화 시스템, 근로자 생산효율 증대 방안 등을 마련해둔 한세실업의 경쟁력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고 패션업계는 평가한다.
베트남의 경제도시 호찌민에서 남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지역에 있는 한세실업의 베트남 TG법인. 지난 26일 찾은 이곳은 2010년 설립된 베트남 현지 의류 생산·수출 전초기지다. 36만㎡ 부지에 공장 11동과 연구개발(R&D)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1년에 4500만 장의 의류가 생산된다.
한세실업은 TG법인 공장 일부를 ‘고객사 전용 공장’으로 운영 중이다. 미국 A브랜드 전용 공장(8공장)은 원단 보관, 봉제, 아이롱(다림질), 폴딩(의류를 개는 것), 포장, 출고 과정의 대부분을 기계화했다. 원단공장에서 가져온 원단을 기계가 3층 높이 선반에 쌓고 무인 자동배송로봇이 작업장으로 알아서 전달하는 식이다.
그 결과 근로자들은 자신이 맡은 공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도면을 입력하면 두꺼운 플리스 원단도 70장까지 한 번에 재단할 수 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도입한 8공장의 자동화 공정률은 50% 수준까지 올라왔다.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은 이전보다 약 15%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자동화율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한세실업의 목표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11개 공장 모두를 고객사 전용 공장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세실업의 이런 투자는 의류산업 특성과 관련이 깊다. 김 부회장은 “의류제조업은 간발의 차이로 수익과 손해가 결정 난다”며 “세부적 관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세실업은 생산효율 관리를 위해 베트남 공장 내 모든 근로자에게 단말기를 지급했다. 근로자는 이 단말기에서 하루 생산 목표, 현 생산량,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호찌민=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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