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전공이 양자과학과 관련이 있다 보니 IBM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이 분야를 눈여겨보게 됐다. 생각한 것보다도 양자 기술과 생태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보잉, 다임러 벤츠, 엑슨모빌과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양자 컴퓨팅이 가져올 미래 산업적 측면의 가치를 깨닫고 일찍이 양자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양자 생태계인 IBM 퀀텀 네트워크에는 의료, 자동차, 금융,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서 250개가 넘는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이 참여해 협업하고 있다. 또 IBM 양자 시스템에 등록한 사용자는 50만 명이 넘어가고 있다. 이미 ‘양자 시대’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LG전자, KQC 같은 기업들과 연세대, 성균관대, KAIST 등 여러 교육 기관들이 이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 양자 컴퓨팅이나 양자 통신, 양자 보안 등을 연구하고 있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력은 양자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양자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는 데는 하드웨어인 양자 컴퓨터뿐만 아니라 이를 신약 및 신소재 개발이나 금융 투자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의 개발과 발전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양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서 물리학뿐만 아니라 수학, 공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참여해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 산업계, 학계의 장기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점은 한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양자 기술을 중점 육성할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정하고 국가적 투자와 인재 양성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서 더 많은 국내 인재가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재들이 양자 컴퓨팅을 활용해 의료 분야나 신소재 개발 등에서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양자 연구가 성장하고 저변이 확대되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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