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인증중고차 판매 사업을 개시했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이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직접 자사 브랜드 중고차의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연간 30조원 규모의 국내 중고차 시장이 신뢰도 제고를 통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구입 후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이하면서 사고 이력이 없는 현대차·제네시스 차량을 대상으로 깐깐한 품질 검사를 거쳐 인증한 중고차만 판다. 매입한 중고차는 도장까지 새로 해 ‘신차급’으로 다듬어 판매한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 상품화센터를 경남 양산과 경기 용인에 마련했다. 양산센터는 부지 면적이 3만1574㎡, 축구장 네 개 크기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센터에서 하루 60대, 연 1만5000대의 중고차를 상품화할 수 있다.
매입한 차는 우선 센터로 입고돼 정밀 진단을 받는다. 전문 인력이 차량 내외관과 주행 성능, 엔진룸, 타이어 등 272개 항목(제네시스는 287개)을 꼼꼼히 검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에 남겨 차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한다. 진단 후엔 점검 결과에 따라 부품 교체, 미세한 긁힘 보수(판금), 도장면 정리(샌딩) 등 품질 개선 작업이 이뤄진다.
신차 당시의 색상과 광택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전문 조색사가 색을 조합, 도장까지 새로 한다. 이후 휠, 시트, 유리 등 세부 복원과 광택 작업까지 마치면 신차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품질로 재탄생한다.
판매는 앱과 홈페이지 등 온라인으로만 이뤄진다. 차량 내외부와 하부까지 360도로 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이미지와 엔진 소리, 실내 공기 질, 시트 질감 이미지 등 ‘오감 만족’ 콘텐츠를 제공해 실제로 차를 보는 것보다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이전 차주의 흡연 여부, 반려동물 탑승 여부까지 알 수 있다.
현대차는 신차 구매자가 타던 차를 매입하고 할인·캐시백 같은 보상판매 혜택을 주는 ‘트레이드 인’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신차 구매자는 브랜드와 관계없이 8년 이내, 주행거리 12만㎞ 이하인 중고차를 현대차에 팔 수 있다. 소비자는 차를 ‘원스톱’으로 사고팔면서 믿을 수 있는 가격에 차를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는 공정한 매입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가격산정 엔진’을 개발했다. 최근 3년간 중고차 거래 데이터 500만 건을 기반으로 최신 시세와 차량 성능, 상태 이력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시세 산정 및 제시 과정에 사람은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국내 최초로 옵션별 세부 가격까지 시세에 반영했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5000대, 내년엔 2만 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부사장)은 “중고차 판매를 넘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정보를 공유해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 문화를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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