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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공급업체인 폭스콘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세무조사가 미국 기업들의 '탈(脫)중국' 가속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아이폰 공급망의 핵심고리인 폭스콘에 대한 중국의 기습 조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중국에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2일 중국 규제당국은 광둥성 장수성 허난성 후베이성 등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분석가들은 폭스콘이 제조 기지를 인도·베트남 등으로 다각화하는 데 대한 불만을 중국이 표출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의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저지하려는 분석도 제기됐다. 궈타이밍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친중 야당인 국민당의 표를 흡수해 독립 세력인 민주진보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조기지 유출을 저지하려는 게 중국 당국의 의도일지라도 실제로는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기업 경영의 최대 악재인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중 공생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인 애플마저 공격당하는 모습은 기업들에게 충분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위협을 느끼는 기업 중에서는 중국을 떠날 의향이 없는 곳들도 적지 않다. 인도·베트남 등 새 제조업 허브로 옮기는 비용이 큰 데다가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최근 인도와 베트남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폭스콘의 총자본지출은 2021년과 2022년 모두 1000억대만달러(약 4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총자본지출보다 6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투자 비용 증가는 전세계 전자제조서비스산업 평균 투자자본수익률이 2018년 12%에서 올해 9%로 하락한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지난 7월 폭스콘은 195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인도 반도체 공장 투자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WSJ는 "전자제조업체는 중국에 투자한 자본에 대한 수익률이 당분간 큰 타격을 입지 않는 한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빨리 중국을 떠나지 않을 분명한 경제적 유인이 있다"며 "하지만 폭스콘과 그 계열사가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정치적 또는 안보적 문제에 휘말리게 되면 중국에서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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