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왜" 경찰에 北 김정은까지…홍대 곳곳 난리 난 이유 [이슈+]

입력 2023-10-31 20:00   수정 2023-10-31 22:38


"'핼러윈이라 그랬다'고 주장하면 위법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입지 말라고 했는데도 왜 입고 나오는지…이해가 안 갑니다."

31일 핼러윈 당일을 맞아 '핼러윈 코스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 코스튬에 대한 논란과, "누군가에겐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트라우마"라는 지적이 나온 한편, "코스튬과 별개로 안전하게 축제를 즐기는 건 괜찮다"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경찰은 핼러윈 주간을 맞아 경찰관 코스튬 판매 및 착용에 대한 집중 단속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0·29 참사' 당시 '경찰 코스프레'가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 핼러윈 기간에도 경찰 제복을 입는가 하면, 모형총 또는 실제 흉기 들고 활보한 사람까지 등장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핼러윈 코스튬' 관심 작년보다 줄었는데…축제 가보니 '반전'

핼러윈 기간을 맞아 코스튬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상에서 '핼러윈 코스튬'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34% 감소했다. 주요 언급된 부정 키워드로는 '공격적', '재미없다', '긴장하다', '참사' 등이 있었다. 대대적으로 핼러윈 행사를 이어온 영어유치원들도 일부는 이번 축제를 쉬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도 "이번엔 행사 대부분이 안전하게 진행되니, 착용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서울 홍대와 이태원 등지에서는 핼러윈을 맞아 각종 코스튬을 입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코스튬을 입고 온 사람들이 등장해 거리에는 한때 '포토존'이 형성됐으며, 한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코스프레를 한 시민이 이목을 끌자 인근에 1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고 즐기는 분위기였지만, 일부는 "위험해 보인다"라거나, "보기 불편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본 한 20대 시민은 "핼러윈이라고 코스튬을 안 입었으면 좋겠다"며 "사진 찍는다고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걸어 다닐 때도 불편하다"고 푸념했다. 다른 시민도 "거리가 뚫려있어야 걸을 수 있는데, 사진 찍는다고 멈춰 서 있고 모여있으면 괜히 또 사람이 몰려 사고가 날까 봐 무섭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김 위원장 코스프레는 불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핼러윈 코스튬을 입는 정도로는 김정은을 찬양하거나 선전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수사기관에서는 법원보다 찬양 고무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니 괜스레 사법절차에 휩쓸리지 않도록 사전에 유의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불법 코스튬'에 적발도 잇따라…시민들 '공포'

문제는 핼러윈 축제 기간 코스튬이라는 명목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20대 남성은 지난 28일 오후 7시 30분께 홍대 거리에서 군복 차림으로 모형 총기를 든 채 거리를 누비다 결국 군복단속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경미한 범죄에 대한 약식재판)을 받게 됐다. 특공대원 차림으로 총기를 무장한 코스튬 입고 돌아다니는 시민과 경찰의 당부에도 경찰 제복을 맞춰 입고 나온 남녀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이 남성 이외에도 군복을 착용하거나 모형 총포 등을 휴대한 시민 7명을 적발해 계도 조치했다. 현행법상 관련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경찰 제복, 군복, 소방 제복 등 정해진 제복을 사용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대상이 된다. 특히 경찰 제복은 미등록 제조, 판매, 대여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된다.

흉기 등 소지만으로 시민의 공포감을 키운 사례도 있었다. 앞서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누가 흉기를 들고 다녀도 저게 코스튬인지 진짜 목적을 가지고 들고 다니는 흉기인지 분간이 안 될 것 같다. 누군가 다쳐도 저게 코스튬인지 진짜 피인지도 구분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우려대로 지난 30일 경기 성남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28cm 길이의 정글도를 소지한 한 30대가 경범죄 처벌법(흉기 휴대)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선 "핼러윈이라 멋으로 들고나온 것"이라고 진술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김 변호사는 "불법에 해당하는 코스튬 착용으로 인한 벌금형은 전과가 남지 않지만, 개인적 불이익과 별개로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니 많은 인파가 예상되는 장소에서는 착용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굳이 군인, 경찰관, 소방관 제복을 착용하고자 한다면, 누구라도 쉽게 해당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알 수 있도록 신체의 극히 일부분만 착용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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