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쏟아지는 질타는 자초한 면이 크다. 5대 은행의 누적 이자 이익은 올해 3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금리 상승기에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리고 대출 금리를 더 빠르게 올리는 식으로 ‘이자 장사’를 해 폭리를 취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런 돈으로 지난해 1조3000억원 이상의 성과급 잔치를 벌여 매를 벌었다. 외환위기 때 국민 세금으로 회생한 은행들이 서민의 고금리 고통을 덜어주기는커녕 과점에 따른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이익 극대화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눈총을 받을 만하다.
그렇더라도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팔을 비틀고 상생을 명분 삼아 지원을 강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정부의 잦은 시장 개입이 부작용을 키우는 현실 아닌가. 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고 인터넷은행에 요구하면서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가 저신용자 대출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연착륙을 꾀한다며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을 대거 풀고, 은행 대출 금리를 억누른 것은 가계대출 증가를 부채질했다. 시장을 거스르는 개입은 민간 자율을 훼손하고 시장을 왜곡해 결국 역풍을 맞는다. 선한 의도로 포장한 포퓰리즘은 더욱 그렇다. ‘은행 종노릇’을 한다는 소상공인 원성이 높다고 해서 은행에 ‘정부 종노릇’을 강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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