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파격적 가격 인하에 나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 마케팅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려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중형 전기차 세단 아이오닉 6 2024년형 모델을 출시했다. 전작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격이다. 신형 아이오닉 6 트림별 가격을 전작 대비 2450달러(약 330만원)에서 최대 4100달러(약 550만원)가량 크게 인하했다.
가격을 가장 많이 내린 차량은 보급형 모델인 아이오닉 6 SE 스탠더드다. 해당 차량 가격은 3만8615달러로 전작 대비 4100달러 저렴해졌다. 아이오닉 6 SE RWD 모델은 4만3565달러, AWD 모델은 4만5950달러로 전작 대비 3050달러씩 인하됐다. 상위 트림인 SEL 모델과 리미티드 모델은 2450달러씩 떨어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테슬라, 폭스바겐 등 경쟁 업체와 달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대상이 아니다. 반면 테슬라는 IRA 보조금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모델 3, 모델 Y 등 인기 차종 가격을 지속해서 낮추고 있다.
올 들어 본격화된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에 따라 미국 시장의 차량 판매가격은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올초 5만달러를 넘겼던 미국 신차 평균 판매가격은 9월 4만7899달러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IRA에 대응해 세액공제 대상인 리스와 렌터카 등 상업용 차량 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 5·6의 월 리스 가격을 50달러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전기차 리스 가격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이오닉 6 SE 스탠더드 모델은 4999달러 선금을 내면 월 299달러(기존 월 349달러)에 빌려 탈 수 있다.
현대차의 마케팅 전략은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 3분기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2만163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 회사 전체 판매량의 9.8%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전기차 판매 비중(3.4%)과 비교하면 2.5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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