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효력을 잃자 금융권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워크아웃제도 중단으로 기업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마련한 방편이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과는 달리 민간 차원의 약속에 불과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법원과 정부가 먼저 합의하라”며 넉 달째 기촉법 연장 논의를 중단한 국회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제도 공백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지만 기촉법에 비해 한계가 많아 이번 방안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크아웃은 채권자 75% 이상 동의로 가동하는 데 비해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100% 동의가 필요하다. 협약에는 수천 곳에 달하는 상호금융회사도 빠져 있다. 출자제한 특례와 면책 특례 등 각종 특례도 배제된다.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과 채권단은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이 중단되면 기업이 살아날 방법은 법정관리(회생)밖에 없다. 회생에 들어가면 수주계약이 해지되거나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 협력업체가 많은 업권에선 상위 벤더의 회생 신청이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장단점이 뚜렷해 지금까지 상호보완적인 구조조정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법정관리는 법원에 의한 공평한 손실 부담이 가능하지만 ‘낙인효과’가 커 워크아웃에 비해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별다른 대안 없이 기촉법을 일몰시키는 것은 벼랑 끝에 몰린 기업의 선택지를 무턱대고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위기에 놓인 기업의 수요는 이어지고 있지만 국회는 “법원이 반대하니 정부가 설득해 오라”며 논의를 중단했다. 기촉법을 연장하려는 논의는 국회 상임위원회도 넘어서지 못했다.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여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두 건의 기촉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소위는 지난 7월 두 개정안을 한 차례 심사한 이후 관련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입법권을 통해 갈등 조정 역할을 맡고 있는 국회가 금융위원회와 법원에 쟁점 정리를 떠넘긴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정관리를 맡은 법원이 금융당국의 설득만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는 “기촉법은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단의 재산권 행사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어 구조조정 절차를 회생으로 일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은 금융위와의 논의 과정에서 “워크아웃제도 존속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발간된 보고서에서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워크아웃제도의 필요성이 높아지는데도 근거법인 기촉법이 실효돼 기업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했다.
최한종/전범진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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