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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빅테크)들이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한 결과 지난 3분기 높은 매출 성장세를 거뒀다. 호실적에도 주가 향방은 다소 엇갈렸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원 효과 본 메타, 비핵심 인력 더 줄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기술 업계는 팬데믹 성장 급증 이후 인력을 감축하고 기타 비용을 절감하는 등 2년 가까이 경기 둔화와 씨름한 끝에 다시 도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들 기업의 3분기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했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MS와 아마존은 매출이 전년 대비 13% 늘어나 각각 565억달러(약 76조원), 1431억달러(약 193조원)를 기록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매출은 11% 증가한 767억달러로 집계됐고 메타 매출은 23% 뛴 341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러한 매출 상승은 올해까지 인력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맨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시기 유동성 급증으로 인한 기술주 상승세가 멈추자 이들 기업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중순부터 2만7000명을 감원한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아마존은 지난 3분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7.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지난 26일 실적 발표 당시 '최적화'라는 단어를 20번 언급하며 그간의 비용 절감 노력을 강조했다.
지난 2월 올해를 '효율성의 해'로 선언한 메타는 한 해 동안 2만여명을 감원한 데 이어 인력을 더 줄이고 있다. AI를 제외한 비핵심 부문이 대상이다. 이달 초 메타버스 사업 부서인 리얼리티랩스의 일부 직원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 26일 실적발표에서 "너무 많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기 위해 AI가 아닌 여러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낮출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애플은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음달 2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애플이 전년 동기대비 역성장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는 애플 3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901억원)보다 0.87% 감소한 893억1000만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 매출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감소했다.
매출 성장에도 주가는 AI에서 갈렸다
4개 기술기업은 모두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주가 향방은 다소 엇갈렸다. 변수는 AI·클라우드 사업 실적이었다. WSJ은 "AI 논의가 실적 발표를 지배했으며 인기 기술을 히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경쟁에서 누가 앞서고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클라우딩 컴퓨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한 MS는 "이 중 3%포인트가 챗GPT등 생성형 AI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사용료를 지불하는 고객으로부터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4일 실적 발표에서 "MS는 전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클라우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학습과 추론 모두를 위한 최고의 AI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 뒤 MS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89% 올랐다.
반면 구글은 클라우드 부문 실적 부진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 3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84억1000만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86억4000만달러를 밑돌았다. UBS는 "구글 클라우드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MS (클라우드 상품인) 애저의 성장과 대조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가량 빠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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