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15억' 1년 만에 6억 빠졌다…강남 아파트에 무슨 일이

입력 2023-10-31 09:06   수정 2023-10-31 11:40


최근 가격 상승세가 계속됐던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들이 흔들리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전세 시장에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약과 신규 계약 사이 전셋값 차이가 5억원을 넘어서는 단지가 늘어나며 수요자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현장에선 아파트 공급이 없는 탓에 강남구 내 전세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SKVIEW 전용 112㎡는 최근 25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 4월 21억원에 신규 전세 거래가 됐던 크기로, 반년 사이 전셋값이 4억2000만원 오른 셈이다.

반면 같은 단지에서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는 전셋값이 크게 내렸다. 전용 84㎡는 이달 중순 15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 됐다. 지난해 같은 크기는 21억원대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었는데, 6억원 가까이 내린 것이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크기는 지난 7월에도 재계약이 이뤄지며 전셋값이 2억원 이상 내렸었다”며 “집값이 오르는 것과 달리 전셋값은 오히려 주춤하고 있어 집주인 걱정이 컸는데, 지금은 집값도 내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주변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용 84㎡가 최근 18억원에 전세 재계약됐다. 2년 전 19억원에 계약됐던 곳으로 오히려 전세 보증금이 1억원 내렸다. 2년 전 21억원에 거래됐던 같은 크기 역시 최근 18억원에 재계약됐다. 2021년 21억원까지 전셋값이 형성됐던 단지지만, 최근에는 전셋값도 조정을 받는 상황이다.

대치아이파크 역시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7억원에 전세 거래되는 등 전셋값이 크게 올랐지만, 최근에는 13억원대에 전세 계약이 다수 이뤄지는 등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 반면, 남은 매물은 최근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15~16억원대에 형성됐다.

강남구에선 다음 달 단일 단지 중 가장 큰 규모인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추가 주택 공급이 거의 없어 전셋값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세 매물이 일부 줄어들면서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높아진 대출금리 탓에 매매 수요보다 전세 수요가 늘고 있는데, 앞으로 매물은 더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다.

대치동의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전셋값이 일부 하락했는데, 오히려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추가 공급이 없을 것이란 생각에 전세 시장도 매물 양극화 현상이 커졌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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