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1355원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7월 18일까지만 해도 1260원40전에 그쳤지만 불과 3개월 사이 100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미국 경제의 꾸준한 성장세로 인한 미 국채 금리 급등,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 달러 수요가 확대된 결과다.
9월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350원에 근접하자 달러가 고점에 근접했다고 보고 보유 외화 포트폴리오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지난 7월 말 627억6400만달러에서 8월 말 616억1800만달러, 9월 말 545억9400만달러로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지난달 7일 이후로 추세가 바뀌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19일 기준 580억79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20일도 되지 않아 6.4%(34억8500만달러)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분쟁에 이란이 전격 참전하는 등 확전 양상이 펼쳐지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를 기대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환율이 이미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환차익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이란 등 주변국까지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시작하면 유가가 급등할 텐데, 유가가 치솟으면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는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런 최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와 달리 엔화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0월 19일 기준 1조357억엔으로 4월(5979억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해 반년 사이 두 배 가까운 규모로 불어났다.
엔화예금 잔액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은 원·엔 환율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환차익을 기대하는 매수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0월 27일 100엔당 902원62전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6월 하순 이후 꾸준히 900원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는데, 9월 18일엔 897원26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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