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까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발 ‘긴축 장기화’ 여파로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달 19일엔 연 5%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동 지역 정세 악화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원·달러 환율은 어느새 135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파도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은행권에선 연 4%대 정기예금까지 등장하는 등 수신 금리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유입된 예금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시중자금을 끌어모으려는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 예금’(1년 만기)은 최고금리가 연 4.35%에 달한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예금 상품 가운데에선 국민은행 ‘KB 스타 정기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우리은행 ‘WON 플러스예금’의 최고금리가 나란히 연 4.05%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선 연 4% 후반대까지 금리를 높였다. 1년 만기 기준으로 더블저축은행(연 4.61%), CK저축은행(연 4.6%), 동양저축은행(연 4.6%) 정기예금은 연 4.6%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연 7~9% 고금리를 내건 상호금융 특판 상품도 종종 나온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 등 공식 홈페이지에서 법인별 금리를 조회해보면 이런 상품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특판은 한도가 하루 이틀, 이르면 수시간 만에 소진되기 때문에 수시로 조회해보는 게 좋다. 이들 2금융권은 대출 부실에 따른 영업정지 사태가 발생하면 원리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있는 만큼 가급적 예금자 보호 한도(5000만원) 내에서 가입하는 게 안전하다. 여러 금융사 예·적금에 새롭게 가입할 생각이라면 1개월가량의 시차를 둬야 한다. 보이스피싱 사기 방지를 위해 한 금융사에서 새로 통장을 만들었다면 20영업일이 지나야 다른 금융사에서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만기가 1~2년으로 짧은 대출을 실행할 때는 고정금리를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금리 오름세가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6개월이나 1년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보다 당장 금리가 낮은 고정형으로 받는 게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출 기간이 5년 이상으로 긴 주담대는 변동형 상품을 추천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변동형 주담대를 고정형으로 갈아탈 때는 일반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가 붙지 않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가 취업이나 승진, 정규직 전환, 재산 증가, 부채 감소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은행 영업점에 방문하거나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재직증명서와 원천징수영수증(소득금액증명원) 등 증빙 서류도 스크래핑(긁어오기)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제출 가능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