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1일 11: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이차전지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PIE)가 예상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공모액 300억원 이상 대형 스팩(SPAC) 중 첫 합병 사례이자 역대 스팩 합병 기업 중 최대어에 도전하는 곳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25호스팩은 전날 정정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고 피아이이와 하나금융25호스팩의 합병비율을 1대 0.8140671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5월 처음 합병 결정 당시 합병비율은 1대 0.7386615였다. 소멸 스팩 합병 방식을 선택한 만큼 하나금융25호스팩 1주당 교부해야 할 피아이이 주식이 최초 약 0.74주에서 0.81주로 늘었다. 그만큼 존속법인인 피아이이의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다는 의미다.
피아이이의 상장 이후 예상 기업가치는 기존 4888억원에서 4485억원으로 약 8.2% 낮아졌다.
피아이이의 기업가치가 낮아진 이유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자산가치 대비 수익가치 가중치를 8배에서 4배로 조정해서다. 미래 추정 실적은 그대로 유지했다.
스팩 합병 과정에서 비상장 법인의 합병가격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술평균해 구한다. 자본시장법상 비상장 법인의 합병 과정에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비중은 1대 1.5로 고정해놨다. 다만 스팩의 경우 특례 규정에 따라 자유롭게 비율을 정할 수 있다.
피아이이의 주당 자산가치는 990원, 주당 수익가치는 1만5107원으로 평가됐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비중을 1대 8로 계산할 경우 합병가액은 1만3538원이었지만 1대 4로 조정하면서 합병가액은 1만2284원으로 낮아졌다.
피아이이와 하나금융25호스팩의 합병은 공모액이 300억원 이상의 대형 스팩 중 첫 합병 사례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공모액 400억원, 시가총액 420억원인 스팩이다.
피아이이의 예상 기업가치는 그동안 국내에서 스팩 합병을 진행한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지난 4월 코스닥에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슈어소프트테크(2800억원)가 최대어였다.
피아이이는 지난 5월 거래소 예심을 청구했지만, 올해 IPO 심사 일정이 대거 지연되면서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심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과정에서 수익가치 가중치를 8배로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피아이이는 일반 IPO를 추진하다 막판에 스팩 합병으로 선회한 곳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스팩 합병을 선택했으나 순조로운 상장을 위해선 무리하게 높은 기업가치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판단했다.
현재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인 스팩 합병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크리에이츠(NH스팩20호), 이브로드캐스팅(NH25호스팩) 등이 각각 4100억원과 25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스팩 합병 관련 금융당국 심사가 깐깐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최근 주식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후발 주자 역시 기업가치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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