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자신을 향해 만남과 도움을 요청하자 "개인 자격으로 아무리 그렇게 하셔 봐야 아무도 신경 안 쓴다"고 고개를 돌렸다. 인 위원장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의 인정과 사과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준석 때문에 선거 질 뻔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공식적인 대통령과 대표의 입장인데, 혁신위원장 개인 자격으로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뭐가 의미가 있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호평한 데 대해서도 "그러면 또 내일부터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욕 안 하나. 지금 이중 플레이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잘못된 것을 지적해낼 수 있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부터 교정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대선 이후 당원권 정지 중징계나 '내부 총질을 했다'는 등의 비판들을 통틀어 본인을 향한 '린치'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에겐 과실이 없는 교통사고를 당했다고도 빗대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그(교통사고 과실 비율)에 합당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거지, 1년 반 동안 사람 린치하다가 강서 보궐선거 보고 '죽겠구나' 싶으니까 '(합의금) 100만원 줄 테니까 받으라' 이러는 순간 싸우자는 것"이라며 "(합의) 안 하면 '네가 속 좁은 놈' 이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시겠다고 하는 건 좋은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인 위원장이 그냥 '유승민, 이준석 만나봐야 한다'는 숙제를 오늘까지 하려고 한다는 걸 예상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앞서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출연하기 전 같은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좀 만나고 싶다. 제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언을 받고 싶다"며 "많은 경험으로 이 당을 만드는 데 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때도 잘 도와주셨는데 앞으로도 좀 도와달라, 저를 좀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대표적인 비윤계 원외 인사인 유 전 의원을 만나 혁신위 최우선 과제이자 본인이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는 '통합' 행보에 나서고 있다.
유 전 의원을 만나 화합의 메시지를 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비윤계 끌어안기'에 최종 성공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일단 이 전 대표가 이날 라디오에서처럼 개인 차원이 아닌 당 차원에서 자신에게 적절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호 혁신안인 '일괄 대사면'에 대해서도 대상자인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