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구한 '모세'의 정체…수위 높아지니 '쓰윽' [영상]

입력 2023-11-01 16:07   수정 2023-11-01 16:18


'상습 침수지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당국이 8조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해 인근 바다에 만든 조수 차단벽 덕분이다.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5분경 베네치아 주변 조수 수위는 154cm까지 불어났다.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만조 시기가 맞물리는 탓에 이 시기 파도는 높아지곤 한다.

이러한 높은 조수 수위는 예전 같으면 베네치아의 70% 안팎을 물에 잠기게 하는 등 큰 피해를 줬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베네치아 입구에 설치된 조수 차단벽인 일명 '모세'(MOSE) 때문이다.

모세는 '실험적 전자 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cttromeccanico)의 약자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모세는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백성을 피신시키고 이집트 군의 추격을 따돌렸다고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총 78개의 인공 차단벽으로 이뤄진 모세는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조수 상승 예보와 경보가 울리면 수면 위로 솟아올라 조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어 해일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세는 초대형 차단벽을 구축하는 공사인 탓에 공학적 복잡성이 컸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베네치아 당국이 이를 위해 17년간 들인 예산은 60억 유로로, 한화로 약 8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막대한 지출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적·사회적 이득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조수가 역사상 높은 187cm까지 치솟아 도시 85% 이상이 물바다가 됐을 당시, 총피해액이 약 10억 유로(약 1조4370억원)에 육박했다. 당시 학교가 문을 닫고 시민들이 고립되는가 하면, 문화유적 등이 물에 잠겨 크게 훼손된 바 있다. 이러한 상습 침해로 겪는 피해보다 막대한 예산 투입이어도 선제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진단이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2020년부터 가동된 모세는 베네치아를 보호하며 수백만 유로의 피해를 막았고, 시민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해줬다"고 호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라 조수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에도 모세가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모세의 가동 비용은 1회당 20만 유로(약 2억 8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첫 가동 이후 현재까지 모세는 총 60회 가동됐으며, 현재까지 지출된 비용은 1000만유로(약 143억원)를 넘어섰다.

안드레이나 지텔리 전 베네치아 IUAV 건축대 교수는 "매우 강한 바람과 3m 넘는 높은 파도가 치는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 모세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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