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올해 주가조작은 공통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우량주·자산주를 타깃으로 했다. 별다른 호재 없이 매일 야금야금, 길게는 2~3년간 저점 대비 최대 10~20배씩 주가를 끌어올린 점도 달랐다. 그런 만큼 피해는 더 광범위하고 컸다. 주가조작 적발 후 주가는 최대 10분의 1 토막으로 회귀해 막판 추격 매수한 개인들은 큰 손실을 봤다.
이런 피해는 물론 주가조작 세력의 불법이 1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가격 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확대된 측면도 크다. 유동성을 늘려 주가를 올리는 신용은 허용하면서 주가 이상 과열을 완화하는 공매도는 2년 넘게 제한한 비대칭적 규제가 초래한 현상이다.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형주는 공매도가 불가능해 과열된 주가가 장기간 이어지는 ‘가격 발견 비효율 상태’가 만연할 수 있다.
올해 적발된 총 14개 주가조작 종목 중 영풍제지, 삼천리, 동일산업 등 11개가 공매도 불가 종목인 게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펀드매니저들은 공매도가 허용됐다면 세력들이 이들 종목 주가를 끌어올리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라덕연 사태 관련 8개 종목 중 공매도가 가능했던 다우데이터가 나머지 종목과 달리 올 2월부터 나 홀로 횡보했던 게 좋은 예다. 몇몇 발 빠른 운용사가 다우데이터가 고평가되자 속속 공매도에 나선 결과다.
결국 증권사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앞으로 또 나올 주가조작 자체를 막을 수 없지만, 신용 관리라도 더욱 철저히 해 투자자 및 자신의 추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단기과열 종목을 넘어 장기 이상 급등 종목도 과감하게 신용을 줄여야 한다. 과열이 없어도 공매도 불가 종목은 근본적으로 신용을 억제해야 한다. 신용 관리에 실패하면 제2의 라덕연, 영풍제지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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