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개봉한 ‘키리에의 노래’는 음악으로 꽉 찬 영화다. ‘러브레터’(1999)의 이와이 슌지 감독은 여기에 더 많은 것을 쏟아부었다. 감성적인 스토리와 고운 비주얼, 마지막 눈물을 위한 아련한 사연까지.
중심엔 두 여자의 우정이 있다. 잇코는 키리에를 유명 뮤지션으로 키우겠다며 이리저리 데리고 다닌다.
‘러브레터’가 첫사랑을 둘러싼 강력한 미스터리로 출발했듯이, ‘키리에의 노래’ 또한 수수께끼로 채워져 있다. 그 해결 과정은 중반까지 모호하고 느슨하다. 키리에가 부르는 노래 한줄 한줄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실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나 디 엔드의 거친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일본에서 2015년 결성된 얼터너티브 아이돌 밴드 ‘BiSH’ 출신으로, 이번 영화는 그의 첫 실사영화 도전이다.
키리에는 길거리와 스튜디오에서 여러 뮤지션과 함께하며 목소리를 키워간다. 다양한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음악들은 섬세하게 편집돼 있다. 감성적인 가사가 촘촘히 이어지며 메시지를 더한다. 하지만 때때로 이 노래들이 길고 장황한 느낌을 준다. 노래 각각의 색깔과 개성을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긴 후렴구 끝에 슬픈 비밀이 드러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화해와 위로의 순간이 있다. 하지만 중후반부 스토리의 전개는 다소 혼란스럽고 산만하다. 이 때문인지 마지막 키리에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엔 부족한 느낌을 준다.
키리에를 돕는 인물들은 선하고 따뜻하지만, 삶에 깊이 끼어들지는 않는다. 구질구질하게 끼어들 바엔 거리를 두며 스치거나 관조한다. 그런 가벼움이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위로의 덕목일지도 모르겠다.
영상은 역시 아름답다. ‘키리에의 노래’에선 옛 동네의 정감 어린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로케이션 장소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감독의 고향이기도 하다.
오프닝을 장식한 홋카이도 눈밭은 ‘러브레터’의 일명 ‘오겡키데스카(잘 지내시나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가 24년 전이다.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 영화’를 즐기던 관객들도, 감독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젊고 신선한 얼굴이 가득한 ‘키리에의 노래’를 보면서 이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김유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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