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된 지 석 달이 돼가지만 면세업계는 좀처럼 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행태가 코로나19 창궐 전과 달리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바뀌면서 매출 증가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따이궁(보따리상)·단체관광객·개별관광객 등 다양한 형태의 중국 소비자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상품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의 매출은 총 1조805억원으로 전달(8990억원)보다 20.2% 증가했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등으로 외국인 이용자 수(63만8030명)가 전달(59만4385명)보다 7.3% 늘어난 영향이다. 전달과 비교하면 매출이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월 매출(1조9271억원)과 비교하면 56.0%에 불과하다.
주요 면세업체의 3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 상장사인 신라면세점은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유통기한 내에 판매해야 하는 화장품 등의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자 폭이 유독 커진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객단가(1인당 구입액)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중국인의 소비성향 변화를 고려해 상품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엔 따이궁들이 중국에서 되팔기 편리한 고가 화장품을 조달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구매자가 직접 사용하는 중저가 인기 상품을 소싱하는 데 힘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신라면세점은 올해에만 50여 개 중저가 K뷰티 브랜드를 새롭게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4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을 마무리했다. 서울 도산공원 인근, 성수동, 한남동 등 젊은 세대와 외국인의 방문 빈도가 높은 지역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단독 브랜드를 늘리는 것은 개별관광객을 유인하는 전략으로 업계에서 거론된다. 외국인이 주 고객인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특정 업체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선호도가 높지 않다.
이에 따라 다른 면세점에 입점하지 않은 단독 브랜드를 유치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따이궁과 여행객은 선호하는 상품과 구매 패턴이 다르다”며 “면세점들이 상품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면 내년부터는 그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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