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2일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결의했다. 이사회는 이날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합병)을 심사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 대한항공이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동의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해당 시정조치안은 기업결합 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3년간 이어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시 경쟁 제한 우려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EC에 제출하는 데 대해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열린 이사회에는 사내이사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가 참석했다. 사내이사였던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가 지난달 29일 사임하면서 이사회 참석 이사 인원은 5명으로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이사 과반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이 찬성해야 했다.
이사회가 약 4시간가량 이어진 끝에 시정조치안 동의 여부를 묻는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다. 참석 이사 5명 가운데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해당 안건이 가결됐다. 원유석 대표 외 사외이사 2명이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정으로 대한항공은 EC의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을 높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직후 EU 경쟁당국인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대한항공 측은 "양사 이사회 승인에 따라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게 됐고, 남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긍정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매각과 관련, 고용승계 및 유지를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이 즉각적인 EU 집행위의 승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조건부 합병 승인'을 끌어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남은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고용 안정성이 위태로워졌다며 "대한항공 독점 강화, 아시아나항공 해체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비판했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직원에게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한편,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과 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등 EU 4개 도시의 항공기 도착 편수(슬롯) 이관 방안을 포함한 시정조치안 제출을 결의했다. 시정조치안에는 기업결합 후 내년 화물사업을 분리 매각해 경쟁 제한 우려를 줄이겠다는 제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독과점 규제가 까다로운 EU 집행위의 심사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EU와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EC 최종 시정조치안 제출을 기점으로 빠른 시일 내에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남아 있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 예상보다 지연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양사의 기업결합(합병) 완료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가는 수순이 됐다. 대한항공이 예상하는 EC의 심사 승인 시점이 내년 1월 말께인 점에 비춰 양사의 합병 완료 시점은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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