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투자의 대중화와 장기투자의 보편화.
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AI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콴텍의 이상근 대표는 투자세계에서의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산업섹터에 AI의 적용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증권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증권업계로의 AI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데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전문가의 영역인 퀀트투자를 AI를 활용하면 대중화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했다. 퀀트투자는 일정 특정한 수치를 기준으로 알고리즘을 짜 종목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PBR(주당순자산비율) 0.5이하 종목만을 포트폴리오에 넣겠다는 프로그램을 짠다면, 보유 종목이 PBR 0.5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매도하는 식이다.
헤지펀드, 증권사 프랍트레이더 등은 PBR뿐 아니라 수많은 재무수치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짜고 이 방식으로 퀀트투자를 한다. 많은 비용과 전문성이 필요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이 대표 역시 한맥투자증권, KR선물 등에서 알고리즘 매매를 하던 프랍트레이더 출신이다.
이 대표는 "수많은 재무적인 항목들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짜고 분석데이터를 내놓는 건 수많은 퀀트 매니저들 여러명이 달라붙어 엑셀을 활용해 해야하는 일이지만 AI를 쓰면 시간과 노력을 확 단축시킬 수 있다"며 "시장 변화에 맞춰 알고리즘 역시 조금씩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면 정확도는 높이고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자들도 퀀트투자 방식을 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다만 AI를 아무리 활용한다하더라도 '단타는 돈을 벌기 힘들다'는 원칙은 여전하다고 했다. 콴텍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리밸런싱 주기는 3~4개월이다. 이 대표는 "시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펀더멘탈보다 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리밸런싱이 너무 잦으면 오히려 좋은 종목을 매도하고, 나쁜 종목을 매수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재무적으로나 실적이 우수해 장기간 우상향할 종목들을 장기투자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올해 단기 급등했던 에코프로와 같은 오버슈팅 종목을 미리 '찍어주는 것' 역시 AI의 역할이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는 "많은 분들이 AI 투자라고 하면 알파고를 생각한다"며 "AI가 모든 확률을 계산해 미래를 예상해 바둑돌을 놓는 것처럼 투자하는 것을 기대하지만 셀 수 없는 변수가 있는 금융시장에서 그런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결국 핵심은 AI의 퀀트 알고리즘을 활용해 분산투자를 하고 이 방식으로 장기투자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라며 "장이 오를때 덜 쫓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빠질때 덜빠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에서는 결국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단기간 수익이 크다해도 직후 손실이 커지면 장기수익률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콴텍은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투자 기간이 기본적으로 긴 퇴직연금 시장이 퀀트투자, 장기투자 전략이 가장 필요한 시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대표는 "퇴직연금의 중요성에 비해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대안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AI 투자가 수익률로 증명한다면 선순환과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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