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됐다는 안도감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이 비교적 ‘비둘기파’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2일 오후 코스피지수는 1.74% 오른 2341.60, 코스닥지수는 4.23% 오른 770.53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올들어 하루 4%대 상승 폭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FOMC가 미국 기준금리를 기존과 같은 연 5.25~5.50%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FOMC가 9월에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전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73%로 하루 만에 0.19%포인트 하락했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 동결’을 강조했음에도 비교적 발언이 온건했다는 분석도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날 파월 의장은 FOMC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을 한 두 번 했다고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하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그동안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 채권 금리 상승 추이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가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여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지난 2~3개월 사이 핵심 물가상승과 임금상승률 둔화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톤으로 발언한 한 점도 예상보다 좀 더 ‘비둘기파’적인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미국 경제지표가 둔화한 점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전날 미국 10월 민간부문 신규 일자리 고용이 11만3000건이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15만건을 크게 밑돌았다. 10월 임금 상승률도 전년동월대비 5.7%로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6.7로 시장 예상치인 49.2를 밑돌았다.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가라앉으며 이날 국내 증시는 그동안 약세를 보인 2차전지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58%, POSCO홀딩스는 5.2%, 삼성SDI는 4.47% 각각 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도 각각 12.4%, 6.5% 올랐다.
한동안 국내 증시에서 ‘팔자’를 외치던 외국인도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장중 유가증권시장에서 793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는 2491억원을 각각 순매수 중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오후 1시20분까지 SK하이닉스를 504억원, 삼성전자를 267억원, 에코프로비엠을 244억원, LG이노텍을 130억원, 현대모비스를 121억원 각각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채권 금리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 역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그동안 악재만을 반영해왔던 증시는 향후 호재에 민감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금리 상승세가 꺾인다면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의 정상화를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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