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일 “국회의원은 나쁜 사람들”이라며 “진짜 바꿔야 할 것에는 관심이 없고 싸움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원회의 2호 안건은 ‘희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윤곽은 3일 나올 거라면서도 “구청장은 3선 이상 못 한다”며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출마 금지’를 포함할 것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국민 여론을 보면 국회의원들을 정말 싫어하는데 경제가 어렵고 먹고살기 힘들게 해놨기 때문”이라며 이르면 다음주께 민생 현장을 찾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한국 정치의 주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혁신위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에 갔는데 우파들이 왜 갔냐고 비판하고, 이태원 참사 추모식에서는 왜 왔냐며 찌르고 욕하더라”며 “섭섭하고 슬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은 달라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는 태도가 중요한데, 정치가 양극단에 있는 잘못된 생각과 갈등을 풀어주기보다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이정현 전 의원이 계백 장군처럼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것처럼 민주당 의원은 대구에서, 국민의힘은 광주에서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정쟁에 휘말려 민생을 외면하는 현실을 구급차법 개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1995년 한국형 앰뷸런스를 만들었지만 법이 바뀌지 않아 지금은 오히려 퇴행했다며 안타까워했다. 12인승 승합차를 개조한 구급차는 차체 길이가 짧아 삽관이나 심폐소생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들을 만나 입이 닳도록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관심이 없더라고 했다. 그는 “좌우 극단을 제외한 60% 이상의 유권자는 자녀 교육, 물가를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꼭 바꿔야 할 것보다 기득권에만 관심을 갖는다. 국회의원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경제와 기업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는 기업이 룰을 지키도록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며 “기업이 신나게 일할 수 있게 쓸데없는 규제를 풀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5000년 역사 중 처음으로 관(官)이 아니라 민(民)을 앞세웠다”며 “박태준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회장 등 기업인을 앞세워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의 책에서 ‘우리 조상이 준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게 빈곤이었다’는 글귀를 읽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고도 했다.
그는 혁신위원의 총선 출마도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배우인데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왜 플레이어가 영화를 못 만드느냐”며 “(혁신위원들에게) 나갈 사람 있으면 출마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총선 출마 여부에는 “안 나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혁신위 활동이 끝나면 병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정리=양길성/노경목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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