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사진)이 2일 “국회의원은 나쁜 사람들”이라며 “진짜 바꿔야 할 것에는 관심이 없고 싸움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원회의 2호 안건은 ‘희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윤곽은 3일 나올 거라면서도 “구청장은 3선 이상 못 한다”며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출마 금지’를 포함할 것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국민 여론을 보면 국회의원들을 정말 싫어하는데 경제가 어렵고 먹고살기 힘들게 해놨기 때문”이라며 이르면 다음주께 민생 현장을 찾겠다고 예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혁신위원장 맡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이 자리에 소신껏 하라고 허락받고 왔다. 지금까지는 평소하고 다르지 않게 소신껏 하고 있다. 무슨 용산(대통령실)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니고 김기현 당 대표한테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너무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고충을 들어서 전달하는 도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 왜곡되고 망가져도 이번 두 달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두 달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대한민국은 인류 역사상 지난 50년 동안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변화로는 세계 1등이다. 그런데 급성장하다 보니 모든 분야가 똑같이 성장하지 못했다. 정치가 조금 뒤떨어졌고 문제가 많다. 처음에는 우리(혁신위)가 통합을 강조했고 두번째는 이제 희생이다. 정치인들이 자기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 국민이 희생되는 게 아니라 이제 정치인이 희생하는 시대로 바꿔야 한다. 국민의힘도 변해야 하지만 가능하다면 더불어민주당도 변해야 한다. 이제 쓸데없는 정책 그만하고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소모전을 하느라 에너지를 다 거기다 써버리면 안된다. 계파가 너무 많고 개인 이권을 많이 따지는데 ‘이제 그만하자’는 선포하러 (혁신위에) 들어왔다. ‘국민의힘을 변화 못 시킬 거다’라고 하는데, 우리가 처음 낸 혁신안이 오늘(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과됐다. 아마 갈수록 최고위가 불편할지도 모른다. 워낙 확실하고 파격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론을 보면 국회의원을 너무 싫어한다. 괜히 싫어하겠나. 국민은 먹고 살기 힘들다.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지난 정권 일이지만, 자영업자들 식당하는 사람들 고용하기도 힘들고 고용돼서 온 사람들도, 아르바이트생들도 어렵고, 다 힘들게 만들어 놨다. 잘 생각해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주나 다다음주 정도에는 이제 민생에 들어가서 경제가 어려운데 그거를 어떻게 변해야 되느냐. 병원에서는 의사니까 지시 내리고 수련의가 따라와서 굉장한 독재를 하는 것 같지만 저는 32년 동안 의사를 했고, 굉장히 귀가 얇은 사람이다. 사업을 운영하는데 그렇게 뭘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해서 올린 매출이 500억이다.”
▷어떻게 정치를 혁신해야 하나
“정치가 너무 양극화됐다. 유권자 10~20%는 극좌, 10~20%는 극우고 가운데 60% 이상은 ‘애를 학교를 어떻게 보내느냐, 시장 바구니가 걱정된다’고 하는 중도층이다. 문제는 그 60%의 목소리가 지금 정치에 반영이 안 된다. 얼마 전 이태원 1주기 추모행사 갔는데, 주먹도 많이 맞았다. 옆구리 막 찌르고 소리 지르고 죽인다고 그러더라. 사람들이 나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나기보다는 섭섭했다. 추모를 하는 자리인데. 성경에 보면 모든게 때와 장소가 있다고 나와있다. 근데 정치인들이 추모를 안 하고 거기를 발판으로 자기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엄청 놀랐다. 제가 만든 앰뷸런스들이 한동안 한 5000대가 다녔는데 법을 안 고쳤다. 지금 돌아다니는 앰뷸런스는 길이가 너무 짧다. 12인승 승합차 앰뷸런스에서는 삽관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장관, 행자부 장관, 국회의원들 엄청 만나서 법 고쳐달라고 했는데 안한다.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요하다. 그게 하나의 전체 정치판에 관한 얘기다.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 나쁜 사람들이다. 싸움도 그만해야 된다.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겸손한 사람도 정치권에 들어와야 한다. 낙동강 사람들이 서울로 오는 게 아니라 이정현 전 의원이 순천 와서 계백 장군처럼 당선된 것처럼 대구에서 민주당이 당선돼야 한다. 광주에서 국민의힘이 당선돼야 한다. 순천이 이정현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는 거는 역사를 바꾼 일이다. 남북 문제가 골이 어마어마하게 깊다. 그 골에 비하면 지금의 지역감정은 아무것도 아니다. 북한 쪽을 다니다가 지역 감정이 다 없어졌다. 절벽을 걸어야 변화가 온다. 정치판에서는 수도권에 도전하는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억을 하고 또 리워드를 준다.”
▷기본적인 문제들의 혁신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과거에 민주당하고 우리 당하고 한 혁신은 70% 이상 실패했다. 이거 성공 보장은 없다. 지금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어떻게 변해야 되는지 모두가 다 안다.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안 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만 만들면 된다.”
▷경제나 기업에 대한 평소 생각이 궁금하다.
“기업 일자리를 정부가 만들지 않는다. 전적으로 그 아이디어는 버려야 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는 기업이 룰을 지키도록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기업이 좀 신나게 일할 수 있게 쓸데없는 규제도 풀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 그게 박정희 대통령의 철학이다. 박 전 대통령은 5000년 역사에 처음으로 관이 아니라 민을 앞세웠다. 박태준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회장 이런 사람들을 밀어줬다. 그렇게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위대한 사람이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 차차 챙겨야 한다. R&D 연구비가 줄면 연구 못하는데 이런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안철수 의원은 기업 운용에 대해 저보다 100배를 더 안다. 만나서 그 분야에 대해 한수 배우려고 한다.”
▷가장 지금 시급하게 해결해야 되는 사회 현안은 무엇인가
“생각은 다르라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태도가 중요하다. 첫 혁신위 외부 일정으로 광주를 간 것이 뭐가 잘못됐나. 1980년 5·18 운동 당시 나는 거기서 통역을 했다. (광주 방문에 대해) 사과 안 하고, 후회 안 한다. 광주에 굉장히 아픔이 있다. 5·18 유공자를 제대로 대우를 해줘야 한다. 광주를 폄하하는 건 두 번 죽이는 거다. 어떤 철학의 차이를 가지고 서로 미워하는 건 되는데 팩트를 잘 모르고 말하더라. 정치가 굉장히 양극단에 있는 그런 잘못된 생각과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되는데 우리 정치는 지금 그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사람들을 국회에 들어오게 만들지도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 청년들도 정치권에 들어와서 한계점을 배워야 한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이후에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젊은 사람, 여성이 많이 참여해 다양성 높여야 한다. 혁신위원이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 축소판이다. (총선에서 뛸) 플레이어를 왜 제외 안 했냐는 지적은 잘못된 생각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배우인데, 영화 많이 만들었다. 왜 플레이어가 영화를 못 만드나. (혁신위원들에게 총선) 나갈 사람 있으면 출마하라고 그랬다. 오픈 마인드다. 나는 안 나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 혁신위 활동 끝나면 병원 돌아갈 것이다. 환자 보는 게 훨씬 편하다. 그리고 지금 구청장은 3선 이상 못한다. 이것도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더 할거면 지역구를 바꿔가면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노력해서 자수성가한 국회의원들 지금 욕하는 거 아니다. 예전에 고 정주영 회장 책을 보고 울었다. ‘우리 조상이 준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게 빈곤이었다’는 글귀를 읽고서다.”
▷일반 중도층은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만나야 한다. 만나서 혼 나고 그러는 것 아닌가. 이 전 대표를 만나면 ‘당신이 만든 당 아니냐 한 수 가르쳐달라’고 할 것이다. 혁신위 두 번째 안건은 ‘무엇을 내려놓을 거느냐’가 주제다. 금요일(3일)께 윤곽이 나올 것이다.”
양길성/노경목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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