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괏값이 치솟아 ‘금(金)사과’가 되면서 수입 사과를 막는 폐쇄적 공급 구조에 관심이 높아졌다. 1년 새 사괏값이 3.5배로까지 오르자 공급탄력성이 적은 농산물의 특성을 감안해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과 가격이 급등한 것은 국내 사과 작황이 좋지 않은 탓이 크지만, 수요에 맞춰 수입이 용이하지 않은 요인도 적지 않다. 외국산 사과가 공식 절차를 거쳐 한국으로 수입된 사례가 전무할 정도다. 그 결과 사과 농가는 보호되지만,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를 사 먹어야 한다. 개방 무역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역으로 발전해온 데다 수출에 나라 경제를 기대는 개방 국가가 사과에 대해 시장을 열지 않는 행위는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국가로선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과 수입제한, 바람직한가.
사과에 대한 보호책도 같은 관점이고, 원리는 같다. 한국은 지금까지 공산품 위주의 수출로 경제발전을 해왔다. 공산품으로 경제적 성과를 내면서 농산품 수입이 늘어 농민이 몰락한다면 불균형이 생긴다. 농가의 일방적 희생에 기반한 경제 성과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수출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농민에게 바로 나눠줄 수도 없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국내시장을 지키는 농민 보호책을 펴게 된다.
아무리 개방과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WTO 체제라고 해도 최소한의 시장은 지켜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수출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은 통상정책이다. 사과는 쌀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생산품이 경쟁력 있고 생산자도 많은 중요한 품목이다. 사과에 대한 수입을 명시적으로 전면 금지한 것도 아니다. 작황이 좋아 일정량 정도만 생산되면 크게 문제 될 여지도 없다. 대체 과일도 있는 만큼 사과와 배 농가는 더욱 보호할 필요가 있다. 공업화·도시화가 불가피하지만 최소한의 농민 보호·육성책은 필요하다.
많은 공산품이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들어오고 있다. 그것이 비교우위에 따른 자유 공정무역이다. 필요한 물건을 적기에 도입(수입)하면 고물가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미국이 클린턴 정부 때 ‘신경제’라고 할 만큼 장기간 호황을 누린 것이나 최고의 소비 호황을 누려온 것도 값싸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전 세계에서 거의 제한 없이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엄연히 소비자의 선택권에 관한 문제다. 어차피 식량과 에너지 모두 수입해오고 있다. 더구나 11개 국가가 한국에 대해 사과 수입 제한 조치를 완화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과실파리 등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따라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동식물위생·검역조치를 시행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8단계로 나누어 수입 위험 분석을 통과하게 한 것을 보면 형식적으로는 수입이 가능하게 하면서 실제로는 수입을 막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과 분석을 신청한 국가 중 통과한 데가 한 곳도 없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한국에 사과 수출을 희망하는 국가들은 30년 동안이나 이런 비관세장벽을 거두라고 우리 정부에 줄곧 요구해왔다. 이런 식의 농가 보호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다. 수출에 나라 경제를 기대는 국가답게 정공법으로 수입 장벽을 최대한 거두고, 그렇게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수출하는 적극적 정책이어야 소탐대실을 면하고 국제관계에서도 당당해진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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