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 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 은행,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세칭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구매한 사람)’ 아파트가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는 2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같은 달 경기 지역 아파트 경매 건수는 592건으로, 2015년 6월(652건) 이후 최고치였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 수준까지 뛰는 등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임의경매 건수는 지난달 75건으로, 지난 1월(20건)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월 49건이었던 경기 지역 아파트 임의경매도 갈수록 증가해 지난달 284건을 기록했다.
경매는 크게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나뉜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법원 판결을 거쳐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을 대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법적 절차 없이 바로 집을 경매로 넘길 수 있다. 금융사가 일정 기간 이자를 내지 못한 채무자를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A 아파트 전용면적 60㎡는 지난 11일 3차 매각일에 감정가(9억3400여만원)의 70%인 6억5500여만원에 매각됐다. 두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5억9000만원대로 떨어지자 11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이 물건은 한 대부업체가 임의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 7억원에 달했다.
은평구 녹번동의 B 아파트 전용 85㎡도 지난 10일 임의경매를 거쳐 감정가의 87%인 6억원에 매각됐다. 집주인은 여러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로부터 감정가(6억8500만원)의 70% 수준에 이르는 4억7000여만원을 대출받은 상태였다. 채권자 중 한 저축은행이 임의경매를 신청하면서 경매 시장에 나왔다.
향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무리하게 대출받은 투자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일반 매매시장도 거래량이 급감하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경매 시장으로 ‘영끌족’ 물건이 대거 쏟아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2020~2021년께 대출 규제를 피해 대부업체로부터 추가 대출받았던 ‘영끌족’이 상당히 많았다”며 “대부업체는 제1금융권보다 이자율도 훨씬 높은 만큼 이자 부담이 배로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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