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현미경 필수 표준물질 국산화 비결은 '산·학·연 공조'

입력 2023-11-03 17:56   수정 2023-11-04 00:10

전자현미경은 고전압을 건 전자를 총처럼 발사해 물질을 분석하는 장비다. 투과전자현미경(TEM)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나뉜다. TEM은 시료에 전자를 투과시킬 때 생기는 전자 속도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 이 변화량 데이터로 2차원 이미지를 생성한다.

SEM은 시료에 ‘1차 전자’를 쏠 때 시료 표면에서 튕겨 나오는 ‘2차 전자’ 신호를 이용한다. 시료의 강약, 굴곡 등에 따라 튕겨 나오는 속도와 양상이 달라지는데 이 정보를 토대로 이미지를 출력한다. TEM은 시료 안쪽, SEM은 표면을 보는 데 강점이 있다. TEM은 SEM보다 해상도가 높다. SEM은 TEM이 못 그리는 3차원 이미지 생성이 가능하다.

원자힘현미경(AFM)은 탐침(프로브)을 이용해 물질을 원자 단위에서 들여다본다. 시료에 탐침을 접근시킬 때 나타나는 미세한 힘(반데르발스 힘 등)을 측정해 나노미터(㎚) 단위에서 3차원 형상을 보여준다.

이들 현미경엔 ‘표준물질’이 필요하다. ㎚ 스케일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늠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 킴스레퍼런스가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현미경과 원자현미경을 위한 고배율 단위 교정용 표준물질을 처음 개발해 상용화하고 특허를 냈다.

이 물질 개발 과정은 다음과 같다. 규소와 이산화규소 박막을 표준이 될 두께로 맞춰 실리콘 웨이퍼 위에 교대로 쌓아 올리고 박막들이 마주 보게 서로 접합한다. 이 웨이퍼를 작은 사각형 형태로 자른 뒤 표면을 연마하고 식각(에칭)한다. 이러면 이산화규소층은 녹지만 규소층은 녹지 않아 요철 모양이 만들어진다. 각 요철은 고유의 ㎚ 값을 가진다. 고배율 현미경으로 대상을 측정할 때 표준이 된다.

킴스레퍼런스를 창업한 김경중 대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일했다. 2020년 초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던 AFM 제조업체 파크시스템스가 김 대표에게 표준물질 자체 개발을 제안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AFM 표준물질을 공급하던 일본 기업 공급 중단을 선언하자 파크시스템스가 표준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킴스레퍼런스의 표준물질 상용화는 특허청 산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지원했다. 특허전략개발원은 IP(지식재산)-연구개발 종합 지원 기관이다. 김 대표가 보유한 기술이 표준물질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가능성을 살피고 선행특허 조사를 했다. 창업 과정에서 정관과 투자유치(IR) 자료 수정 보완을 돕고,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아무리 연구를 잘해도 사업화가 안 되면 소용이 없다”며 “특허전략개발원의 컨설팅과 지원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킴스레퍼런스는 2027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 개발 자금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제공했다. ‘융합연구’ 사업 중 하나인 ‘ICT(정보통신기술) 핵심소재 성분분석 최상위 기술개발’ 과제로 지난 5년간 약 100억원을 지원했다. 융합연구 사업은 NST가 소관 25개 출연연구소 간 칸막이를 허물고 대형 연구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추진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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