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력기는 우주선의 자세를 제어하기 위해 이따금 자동으로 발사된다. 우주선 안테나를 지구 방향으로 정렬시키기 위해서다. 이 작업이 제대로 진행돼야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추력기의 연료 잔여물은 지난 46년에 걸쳐 튜브에 축적됐는데 최근 축적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NASA 계산이었다. NASA는 추력기 작동 횟수를 줄이면 추력기 연료 잔여물이 쌓이는 빈도를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이번 SW 업데이트를 통해 추력기 회전 반경을 상하좌우 방향으로 1도씩 늘렸다. 추력기 작동 횟수는 줄였다. 린다 스필커 NASA JPL 연구원은 “작전지도(플레이북)에 없는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창의력을 발휘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선 내부의 컴퓨터 프로그램 수정(패치) 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작년 5월 NASA 엔지니어들은 보이저 1호의 자세 제어 시스템(AACS) 컴퓨터가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보내는 것을 확인했다. NASA는 정상 작동 중인 우주선 내부 다른 컴퓨터로 우회해 데이터를 보내도록 수정했다.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보이저 2호에도 패치 작업을 수행했다.
이후 이들은 인류가 만든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로서 최장 거리 통신, 최장 거리 지구 촬영, 태양계 플라즈마 실드 첫 관측 등의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속 6만976㎞(보이저 1호) 속력으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다.
보이저 1·2호 발사 준비는 1960년대 시작했다. 당시 NASA는 우주 탐사 영역을 달에서 행성으로 옮겼다. 175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독특한 행성 정렬을 이용하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각각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스윙바이’ 항법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저 1·2호는 10년 넘는 준비 끝에 발사됐다. 해왕성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자체 추진력을 사용할 때(30년 이상 추정)보다 크게 단축(11년10개월)했다.
보이저 1·2호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로 생산한 전력을 쓴다. 태양 빛이 약한 곳에서도 활동해야 하므로 태양전지판을 쓸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발사 당시 생산 전력은 470W(와트)였지만 1년에 약 4W씩 출력이 저하되고 있다. 현재 출력은 약 249W에 불과하다.
전력 감소로 인해 NASA는 보이저 1·2호에 탑재된 11개의 과학 탑재체를 하나씩 꺼나가고 있다. 자외선분광기(UVS), 적외선 전파계(IRIS), 영상 과학 서브시스템(ISS) 등의 전원을 꺼둔 상태다.
보이저 1·2호는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두 우주선에는 지구의 정보를 담은 금박 동제 레코드 LP판이 실렸다. LP판 표면에는 레코드를 재생하는 방법과 태양계와 지구의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수학적 방법 등이 새겨져 있다. LP판에는 한국어 “안녕하세요”를 포함해 전 세계 55개국 언어의 인사말이 지구 자연의 소리, 음악 등과 함께 담겨 있다.
보이저 1·2호는 300년 후에 태양계의 외부 경계인 ‘오르트 구름’(태양계를 둘러싼 수억 개의 작은 천체 영역)에 도달한다. 오르트 구름을 완전히 벗어나는 시기는 2만 년 뒤쯤이 될 전망이다. 보이저 1·2호가 각각 외계 항성 프록시마센타우리와 로스248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1만 년 이상이 더 필요하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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