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광교가 ‘바이오 요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보령 지놈앤컴퍼니 등이 본사 또는 연구소를 광교로 옮기고 있어서다. 국내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판교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입주 환경도 뒤지지 않아 광교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값싼 임대료에 광교행
국내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사인 지놈앤컴퍼니는 판교 본사를 올해 광교로 옮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020년 판교에 둥지를 틀었지만 3년 만에 본사를 옮기기로 한 것은 비싼 임차료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판교 사무실과 이전할 사무실이 규모는 비슷한데 사무실 이용료는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비용은 물론 인프라도 좋은 편이라고 판단해 이전을 결정했다”고 했다.보령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개발한 중앙연구소를 경기 안산에서 지난 6월 광교로 옮겼다. 160여 명의 연구인력 가운데 70여 명이 이곳에서 근무 중이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와 오토텔릭바이오도 광교 이전 행렬에 최근 동참했다. 김재은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임차료 절감을 위해 이전을 택했다”며 “판교에 있을 때에 비해 부동산 관련 비용이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체외진단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수원 망포역 인근에서 광교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본사와 연구소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지원기관 집중 ‘시너지’ 노려
29만9404㎡ 규모의 광교 테크노밸리가 조성된 것은 2014년 12월이다. 지난 9년간 입주한 바이오 기업만 200곳에 달한다. 국내 최대 식품바이오융합연구소인 CJ제일제당의 통합연구소, 삼성종합기술원(SAIT) 등도 광교에 자리를 잡았다. 코오롱제약의 신약개발 사업부, 유유제약 중앙연구소, 한올바이오파마와 신라젠의 연구소, 면역항암제 개발사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임플란트업체 덴티움 등도 광교에 있다. 리보핵산(RNA) 기반 신약 개발사 올릭스는 2017년 판교에서 광교로 이사왔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 메디톡스도 2018년 광교에 연구소를 추가로 지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학생, 대학원생 등 신입인력이 많아 충북 오송에 있는 연구소보다 인력 뽑기가 수월하다”며 “처음에는 허허벌판이었지만 이제는 상업시설도 많이 들어서 입지 여건이 좋아졌다”고 했다.바이오 업종을 위한 인프라 및 지원기관이 집중돼 있는 것도 광교의 매력으로 꼽힌다. 성균관대 아주대 경기대 등 대학교가 가깝고 아주대병원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등 대학병원이 인근에 있는 것도 바이오 기업엔 유리한 입주 여건이다. 인력 확보나 임상시험 협업 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공공기관도 가까이 있어 행정적 편의를 누릴 수 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이미 여러 기업이 입주한 만큼 교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17년째 놀고 있는 ‘황우석 부지’ 개발
경기도는 본격적으로 ‘광교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부지 확보에 나섰다. ‘황우석 부지’를 재조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17년째 유휴부지로 남아 있는 2만5000㎡ 규모의 ‘황우석 장기바이오센터 부지’를 바이오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지 조성 사업은 2006년 황우석 박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면 중단됐다.다만 인력 확보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 바깥에 있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몸값이 비싼 경력직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인력일수록 서울 근처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인프라가 더 갖춰지면 광교가 판교를 잇는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정민/오현아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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