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가 더운 가을 날씨에 ‘여름의 KT’ 면모를 뽐냈지만 징동 게이밍(JDG)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11월이지만 반팔을 입을 정도의 따뜻한 날씨 때문일까? 국내 리그 LCK 3번 시드 KT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 경기에서 중국 리그 LPL 1번 시드 JDG를 상대로 1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어제와 달리 징동은 빠르게 게임에 적응하며 2세트 반격에 성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KT는 1세트부터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밴픽으로 ‘레드 사이드’의 장점을 살렸다. 미드 라인에서 상대에게 메타픽인 오리아나를 쥐여주는 대신 ‘비디디’ 곽보성에게 아칼리를 쥐여줬다. 곽보성이 아칼리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건 지난 2023 LCK 스프링 정규리그에서 딴 한 번뿐이었다. 당시에도 1패를 기록했다. JDG 입장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카드였다. 곽보성은 초반 어려운 라인전을 이겨낸 후 교전에서 상대 진영을 휘저어 놓으며 활약했다. 특히 압권은 바텀 라인에서 상대 3명의 노림수를 모두 흘려내며 턴을 빼낸 장면이었다.
하지만 2세트 또 한 번 블루를 선택한 JDG는 1세트에 패배했던 밴픽을 완벽히 수정했다. 오리아나 대신 니코를, 렐 대신 바이를 택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플레이 메이킹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리아나로 1킬 2데스에 그쳤던 ‘나이트’ 줘딩은 니코로 2킬 3데스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렐로 0킬 4데스 4어시에 그쳤던 ‘카나비’ 서진혁 역시 바이로 6킬 1데스 8어시로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JDG가 빠르게 경기에 적응한 만큼 KT는 입장에선 이를 흔들 밴픽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세트에 꺼내 들었던 아칼리처럼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조커 픽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르반과 바이를 서진혁에 쥐여주지 않는 것이 좋아 보인다. 실제로 1세트 KT는 자르반과 바이를 모두 금지했고 렐을 택한 서진혁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서진혁이 마오카이를 선호하지 않는 만큼 두 챔피언을 금지하는 것이 선택지를 더 확실히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초임에도 따뜻한 날씨처럼 KT도 여름의 기억을 되찾아 JDG를 상대로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길 바란다. KT는 지난 2023 LCK 서머 정규리그 17승 1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고점을 뽐낸 바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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