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1위 인구 자리를 인도에 내준 중국이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여성의 가정 복귀’를 제시했다.
4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3~3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표회의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회의 폐막 연설에서 “우리는 결혼과 육아와 관련해 새로운 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사랑과 결혼, 출산, 가족에 대한 젊은이들의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여성대표회의는 5년마다 열리는 행사다. 중국 공산당이 자국 여성에게 헌신하는 바를 알리기 위한 자리다. NYT는 이번 회의가 시 주석이 설계한 ‘중국 여성의 역할’을 선전하는 데 집중했다고 진단했다. 여성이 사회인으로서 직장에 충실하기보다 결혼과 출생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했다는 것이다. 과거만 해도 일터의 중요성과 가정을 동일시한 반면 올해 회의에서는 직장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이어 NYT는 "올해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당의 정책을 설계하는 간부 가운데 여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대 그 어떤 회의보다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구성원 24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전국여성대표회의에 참석해 "여성의 가정 회귀"를 외친 배경에는 중국의 저출산 문제가 있다. 과거 중국은 '1가정 1자녀'만 허용하는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할 정도로 인구 증가율이 가팔랐다. 하지만 1990년 2.51명에 달했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1.09명까지 떨어졌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1.26명)보다 뒤처진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산아 제한을 폐지하고, 아이를 낳는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출산 장려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NYT는 “인구 위기, 경제성장률 둔화, 페미니즘의 대두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여성을 다시 집으로 밀어 넣기로 했다”며 “시 주석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의 근대화’를 위해 여성이 아이를 기르고 노부모를 봉양하도록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노선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지만 불만을 표출하는 건 쉽지 않다. NYT는 “일부 여성들의 문제 제기를 시 주석 리더십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문제에 대한 토로가 게시되나 이는 곧바로 삭제(silenced)된다”고 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