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한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가 내달 말 시장에서 공개 매각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에 물납한 지분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외부 회계기관에 의뢰한 NXC 물납 주식에 대한 지분 평가 작업을 이달 말까지 끝낼 예정이다. 이어 내달 중 기재부 2차관 주재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분과위원회를 열어 매각 예정 가격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캠코는 내달 말 온라인 입찰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한다. 상속·증여세 명목으로 받은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은 캠코가 위탁 관리한다.
기재부는 지난 5월 말 김 창업자 유족이 물납한 NXC 지분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 물납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금전 이외의 부동산, 유가증권으로 내는 방식이다. NXC는 넥슨 본사인 넥슨 일본법인의 최대 주주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2대 주주로 등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NXC 지분을 물납 받은 직후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각 설명회를 진행하고, 물납 주식에 대한 지분 평가 작업에 착수하는 등 신속하게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정부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물납 받은 현물을 처분할 때 자산 가치를 매기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김 창업자의 배우자 유정현 이사와 두 자녀 등 유족이 보유한 지분은 70.3%다. 유정현 이사가 34.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딸인 김정민·정윤 씨가 각각 17.5%를 보유하고 있다. 두 딸이 각각 지분 50%씩 보유한 와이즈키즈가 1.7%를 보유하고 있다.
이사와 두 자녀는 작년 9월 김 창업자 명의의 NXC 지분 196만3000주(67.49%)를 상속받았다. 상속된 NXC 주식 대부분이 두 자녀에게 돌아갔고, 물납된 NXC 지분도 두 자녀 보유분이다. 시장에선 창업자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70%가 넘기 때문에 기재부가 지분 29.3%를 시장에 전량 매각하더라도 창업자 일가의 경영권 방어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NXC 지분 매각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NXC 주식이 비상장주식인데다 매각 예정 금액도 4조원 중반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5월 물납 당시 국세청은 NXC 지분 29.3%의 가치를 4조7358억원으로 평가했다. 주식 평가액에서 2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금액이다.
다만 당시 상속세 부과 시점과 시차가 있기 때문에 지분 평가 과정에서 금액이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회 이상 유찰 시 국세물납 주식은 수의계약도 가능하지만,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내년도 국세물납 주식매각 예산은 NXC 지분 매각대금은 제외한 채 편성했다. NXC 지분의 조속한 매각에 어려움이 있어 관련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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